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둘러싸고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한미그룹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측이 승리했습니다.

오늘(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됐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둘 다 52% 내외 찬성표를 얻으며 출석 의결권 수 과반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 선임에 성공했습니다. 권 대표와 배 교수도 둘 다 51.8%의 찬성표를 얻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 변호사는 찬성표 52.2%를 얻었습니다,

반면 창업주 딸인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둘 다 찬성표가 48%로, 과반에 미달해 선임되지 못했습니다.

사측이 제안한 나머지 이사진 후보인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도 찬성표 과반을 얻지 못해 선임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 대표와 박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의안은 자동으로 폐기됐습니다.

당초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며 개회가 세 시간 반가량 지연됐습니다.

지난 1월 12일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이 발표된 이후,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통합을 주도한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및 누이 임주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습니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통합 중단 방침을 알렸습니다. OCI홀딩스 측은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귀결된 것은 형제 지지를 사전에 밝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원에 이어 소액주주들의 전폭적 지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국민연금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 지지를 밝히면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열세에 놓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소액주주 표심이 형제 측에 기운 것은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의 지지 선언, '이종 기업'인 OCI·한미그룹 통합에 대한 의구심, 송 회장 경영 시기에 낮아진 주가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로 보입니다.

형제가 지분 경쟁에서 열세이던 지난 23일 형제 측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와 동향으로 30년 이상 오랜 인연을 맺어온 데다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해 표 대결의 '키맨'으로 불렸습니다.

신 회장은 모녀 측의 OCI와의 통합 추진에 대해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의 송 회장 측 지지로 임종윤 형제가 다시 열세에 놓이자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달라"며 소액주주들에게 형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하락도 소액주주들이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로 보입니다.

2020년 8월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송 회장이 회사를 이끌며 그해 연말 7만~8만원대였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한때 3만원대 이하로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소재·에너지 중심 기업인 OCI와의 '이종 기업' 간 결합 역시 국내 기업사에 유례없는 일로 주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도 이번 결과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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