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최근 사기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여 1심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변호사가 법원 복도에서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수긍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님. 검사 출신으로 고검장까지 지내신 박영수 변호사님이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흉기 습격을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2011년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회사의 법정관리인인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조직폭력배 3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필자 역시 유사한 경험이 있어 더욱 잊을 수가 없었던 기사였습니다. 필자는 금융기관을 대리하는 사건을 다수 수행하였는데, 주로 처리했던 사건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대출을 이용한 부동산 개발 사건이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건축을 하는데, 건축 초기부터 분양자를 모집합니다. 분양자를 모집한다는 것은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인데, 실무상 전체 분양대금의 절반 이상을 건축물이 완공되기 이전에 받습니다.

예정대로 분양이 잘되면 문제가 없는데, 분양율이 저조하여 건축주(시행사)가 대출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은행과 수분양자들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돈을 빌려주기 이전에 이미 문제 발생시 채권 회수를 위한 사전 조치를 철저히 준비하는 반면, 수분양자들은 사실상 건축주(시행사)의 신용에만 의존하여 분양대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은행과 수분양자들 사이의 분쟁에서 수분양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소송에서 은행을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면서 필자 역시 상당한 위협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다수의 수분양자들이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위협을 하는 수준을 넘어, 법정 밖에서 필자를 둘러싸고 길을 막거나 몸싸움을 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필자는 다행히 폭행을 당한 경험은 없으나, 변호사들은 의외로 이러한 위험에 자주 노출됩니다. 강성 노조가 있는 회사의 노사관계 분쟁에서 회사를 대리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대형 형사사건에서 변호를 맡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님들이 계속하여 사임을 하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물론 소송의 당사자와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는 반대측 증인을 위협하거나, 법정 밖에서 당사자들이 육체적 다툼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대법원은 2008년 '신변 및 신상정보 보호업무 처리를 위한 내규'를 제정하여 운영 중입니다. 이 내규에 따르면, 법원에 출석한 당사자와 증인은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할 수 있고, 법원은 개인경호는 물론 가족 및 자택 경호, 경찰관 파견 요청을 명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물론 법원에 출석하여야 하는 당사자와 증인 중 신변의 위협이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제도를 잘 이용하여 사전에 위험을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굳이 그 상대방이 변호사가 아니라 하여도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벌을 가하여 재발을 막아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현행법을 준수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