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에 승자는 없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재판은 빨리 끝내야 한다"

김철 법무법인 이강 변호사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헌정사상 두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 개시되었다.

사건번호 2016헌나1 사건명 대통령(박근혜)탄핵.

이미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이번 탄핵심판은 그리 낮설지는 않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탄핵을 원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반대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번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모두의 시선은 헌재를 향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일 열린 탄핵심판 제1차 변론기일에 방청할 기회를 운좋게 얻었다.

재판의 당사자를 대리 또는 변호하는 입장이 아니라, 제3자의 시각에서 재판을 지켜볼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한번 탄핵심판 방청을 해볼까’라고 생각하여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를 검색하던 중 인터넷으로 방청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행히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사적인 제1차 변론기일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나름의 쾌감도 들었을 정도였다.

방청 당일, 처음 가본 헌재는 적막감에 싸인 전쟁터였다.

수많은 기자들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속속 모였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각 대리인들은 전장에 나온 검투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비장한 태도였다. 대리인들끼리 인사도 하였지만 긴장감은 역력했다.

정확히 오후 2시 1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9명의 재판관이 재판정으로 입장하였다. 첫 변론기일은 알려진 바와 같이 약 9분 만에 별 소득 없이 끝났다.

피청구인인 대통령도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 당사자가 제3의 장소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더니,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탄핵심판의 특수성을 생각하더라도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

박한철 소장의 이날 모두발언은 앞으로 심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시사했다.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의 심리를 하겠다.”

탄핵심판이 일정부분 정치적 성격을 가진다 하더라도 근본은 대상자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이다. 사실관계를 규명하여 그것을 토대로 헌법과 법률을 적용했을 때 파면을 할 정도로 잘못이 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변론기일에서 지켜본 박한철 소장은 신속한 심판절차에 대한 의지가 강해보였다. 피청구인 대리인에게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 등 수사기록에 대한 증거인부절차를 빨리 마쳐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시기에는 다툼이 있을지 몰라도, 헌법을 유린한 권력자는 헌법의 이름으로 파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심판절차에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일 것이다. 재판에서는 승패가 갈리지만, 탄핵심판에서 승자는 없다. 모두가 패배자일 뿐이다.

신속한 결론이 그나마 패배로 인한 상처와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다행히 헌재는 ‘신속’이라는 재판 이념을 잃지 않으면서 공정한 눈으로 심판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재판은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되뇌면서 심판정을 빠져나왔다.

▲김철 변호사는

1984년 생. 한양대 법학과 졸업. 2007년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2011년 사법연수원을 40기로 수료했다. 2011~2014년 육군법무관으로, 현재는 법무법인 이강 변호사로 용산세무서 국세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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