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이나 언급 없이 바로 재판정으로 올라갔습니다.

[기자]

"끝까지 대통령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일단 1차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이 최순실 측에 수백억원을 줬고, 그 대가로 경영권 승계 등에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다는 혐의 내용의 얼개는 그대로입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돈을 횡령했고, 재산을 신고 없이 해외로 빼돌렸고, 관련 사실을 감추기 위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입니다.

‘재산 국외도피’와 ‘법죄수익 은닉’은 이번 영장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입니다.

영장 발부의 관건은 이 부회장의 ‘청탁’이 있었고, 박 대통령이 이에 호응해 안종범 전 수석 등에게 관련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입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특검은 양재식 특검보를 필두로, 윤석열 수사팀장과 한동훈 부장검사 등 5명을 법원에 보냈습니다.

지난 1차 때는 양 특검보와 부부장 검사급 등 3명만 보냈던 특검입니다.

특검이 오늘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실질심사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뇌물죄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렬 팀장은 대검 중수부 중수1·2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입니다.  

BBK특검 특검보를 지냈고, 2013년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이끌다 검찰 수뇌부에 저항한, 이른바 ‘항명 파동’에 휘말려 한직으로 죄천되기도 한 강골 검사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과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역임한 한동훈 부장검사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대기업 수사 전문입니다.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사건 등이 모두 그의 ‘작품’입니다.

한 부장검사는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직접 담당해, 이번 사건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특검의 총공세에 삼성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주축으로 사활을 건 방어전에 나섰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송우철 변호사는 대법원 선임재판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내리 지냈을 정도로 법리 검토에 정통합니다.

1차 심사 때 송 변호사와 함께 이 부회장 영장 기각을 이끌어낸 문강배 변호사는 BBK특검 특검보를 지내 특검 생리와 수사 방식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 변호사는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과 대학교 동기에 절친한 친구로, 같이 BBK특검 특검보를 지낸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조근호 변호사는 대통령 민정비서관과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검 공판송무부장, 법무연수원장을 거친 재판과 형사문제 전문가입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성열우 팀장이 이끄는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물밑에서 총력 지원전을 펼쳤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수색 신청이 이날 법원에서 각하된 특검으로선, 이 부회장 구속은 박 대통령 조사와 혐의 입증을 위한 사실상 마지노선입니다.

[이규철 특검보/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특검법 제 2조 7호에 보면 명백히 삼성 등 대기업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유라 최순실 등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당연히 이 사건은 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 부회장을 구속하겠다는 특검과, 총수 구속만은 어떡하든 막겠다는 삼성.

이런 절박함과 치열함을 반영하듯 오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습니다. 지난 1차 때는 4시간 만에 심리가 끝났습니다. 

삼성과 특검 모두 가용 가능한 자원은 다 동원해 할 수 있는 건 다했습니다.

특검과 삼성의 명운을 가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판단은 이르면 오늘 밤, 늦으면 내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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