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복거지계(覆車之戒)의 자세로 변화의 물결 받아들여야 한다

전홍규 한국전기공사협회 변호사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라고 명명됐던 사건으로부터 일어난 나비 효과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거쳐 대통령 탄핵심판에 이르렀고, 결국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각각의 사건들이 직접적으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또한 위의 사건들에 법조인들이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사태들에 대하여 진정 책임이 없는지,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성찰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드높은 관심과 더불어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법조계 또한 지난달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를 이끌 새로운 리더를 뽑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참이다.

선거는 언제나 치열한 것이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변협과 서울회 모두 지난 선거보다 과열 양상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미 법률로 정해진 사법시험 폐지에 관한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과, 사법연수원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간의 대립을 조장하는 일도 있었으니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조계는 회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통행으로 지내온 지난 4년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시대를 서둘러 준비하자는 목소리를 선택했고 이제 그 시작점에 서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갈망하는 바람은 변협 대의원 선거에도 불었다. 대의원 당선자 407명 중 5년차 이하의 대의원이 50.6%에 해당하는 206명이고,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은 전체 절반에 가까운 192명이 당선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선거보다 무투표 당선 지역이 줄었고, 후보자 등록이 미달돼 당선자를 내지 못하여 변협 회장 당선자가 지명해야 하는 곳도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회원들의 회무 참여가 그만큼 활발해졌다는 것이며, 좀 더 민주적인 협회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고무적인 현상에 대해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변협의 개혁과 발전이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변협 관계자가 “로스쿨 변호사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서 걱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의를 수호하고 권리를 지켜주는 변호사가 특정 출신을 거론하며 ‘권리의식이 높아서 걱정’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에 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권리의식이 높으면 잘못된 것인가? 권리의식이 낮아야만 한다는 것인가? 더욱이 전체 변협 구성원의 25% 정도에 불과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들이 대의원에 많이 당선된 것은 잘못됐다며 대의원 선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구성원 수를 운운할 것이라면, 기존의 집행부에서는 협회 전체 구성원의 25%나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들을 얼마나 회무에 참가시켰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들이 대의원에 많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하나, 많이 출마했고 또 많이 투표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 법조인의 회무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 법조인보다 적었던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 모두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권리를 행사하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면서 성찰을 거듭하고 대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앞서 언급한 사건들에 관여한 법조인들이 잃고 있는 덕목은 아닌가?

선거 참여가 적으면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개선해야지 참여가 높았던 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조인이 가져야 할 생각은 아님이 분명하다.

신임 집행부는 복거지계(覆車之戒)하여,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고 법조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한다. /전홍규 · 한국전기공사협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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