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발부터 성범죄 전문 국선변호사로 활동
피해자 국선변호사 최초 변협 ‘우수 변호사’ 선정
한 해 사건 190건 담당... “눈코 뜰 새 없지만 보람”

[법률방송뉴스] 성범죄 사건의 경우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재판까지 전 과정에 무료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미투’ 폭로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성범죄 실태와, 수사와 재판 실제는 어떨까요.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변협 ‘올해의 우수 변호사’로 선정된 조현주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범죄 전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푸근하면서도 앳돼 보이는 얼굴의 조현주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탁자 가운데 놓인, 지난달 17일 받은 대한변협 ‘우수 변호사’ 상패가 눈에 띕니다.

수상 소감을 묻자 ‘받을 땐 몰랐는데 수상 후 축하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 얼떨떨하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조현주 변호사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사실은 이 상 받을 때 특별히 대단한지 잘 모르고 주시니까 ‘감사하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연락 되게 많이 받았었거든요. 일단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가 변협 우수 변호사로 선정된 건 조현주 변호사가 처음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아직은 좀 낯선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재판 과정에서 유죄시 징역 3년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범죄 피고인의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하는 ‘국선 변호인’과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참여합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관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아무런 제한 없이 피해자가 신청을 하게 되면 대부분 받아주는 제도이고 특히 13세 미만 피해자와 장애인의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자 변호사를 지정해줘야 되는...”

성범죄는 ‘야한’ 여성에게 ‘특별히’ 벌어지는 일이 아니고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성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조현주 변호사의 말입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고정관념에 의한 성폭력은 어두운 밤거리에서 흉기를 가지고 갑자기 나타나서 피해자를 끌고 가서 강간을 한다든지 이런 흉악범죄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성범죄는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훨씬 더 많고...”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 성폭력이 대표적이라는 게 조현주 변호사의 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일상성’ 때문에 즉각적인 대처나 신고가 어렵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그렇기 때문에 신고 자체도 늦어진다거나 (신고를 해도) 피해자분들은 ‘내 피해는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 되게 많이 절망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조 변호사는 그러면서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피해 여성을 ‘꽃뱀’ 취급하거나 합의를 압박하는 등 ‘2차 피해’도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말입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사건을 덮기 위해서 어떻게 협박을 한다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실제로 본인이 직접 나서서 ‘신고하지 말아라. 조용히 해라’ 이런 경우 별로 없어요. 근데 다들 주변을 통해서 피해자한테 압력이...”

조현주 변호사는 아무리 가벼워도 성폭력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처음엔 가만있다가 왜 이제 와서’ 식으로, 한 번 넘어가면 이후엔 바로잡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나중에 문제제기를 하면 ‘처음에 그때부터 불만을 제기했으면 되지 않는 거 아니냐‘라고 하게 돼서 이미 피해가 심해졌을 땐 오히려 제대로 의사표시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전도사’를 자처하며 대한변협 강의 등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현주 변호사.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폭력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학교에서부터 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 현실은 여전히 ‘옛날 얘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학생들 성교육도 좀 더 현실적인 부분부터 진행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아직도 정자와 난자만 얘기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그거는 좀... 제일 좋은 건 인식변화가 필요한데...”

변호사가 된 후 곧바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지원해 올해 5년차.

한 해 평균 담당하는 사건은 190건 정도,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입니다.

그 ‘바쁨’이 고스란히 ‘기쁨’과 ‘보람’으로 돌아온다는 게 조현주 변호사의 말입니다.

[조현주 /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사실은 내가 변호사로서 사회를 많이 바꿀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고 (제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하면서 좀 많이 갖게 되는...”

재판 과정에만 참여하는 형사재판 국선변호인과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인은 수사 과정부터 재판, 피해자 심신 안정 등 업무가 훨씬 과중합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지난 6월 안 그래도 박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를 절반가량 슬그머니 깎았습니다.

기댈 곳 없는 성범죄 피해자를 도와주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변호사 개인의 헌신이나 소명에만 맡겨둬야 하는 건지,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과 태도가 아쉽기만 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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