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가치의 다양성을 실현하고, 갈등은 조화롭게 해결해야"
"소외된 약자와 소수자 배려, 국민 기본권 보장이 진정한 사회 통합"

 

 

[리포트]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30년 전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소박하면서도 소신있는 법조인으로서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였던 그 초심과 오늘 이 자리에서 밝힌 각오와 다짐을 잊지 않고 절차탁마의 마음으로...”

‘소녀가장’이었던 여성 법조인이 한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오늘(29일)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시작한 겁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7명의 헌재 동료 재판관들과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신임 재판관은 취임 일성으로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저는 법관, 헌법연구관, 변호사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하여 왔던 다양한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가치의 다양성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 재판관은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하며 1992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 판사, 헌법재판소 연구관 등을 지냈고, 법원을 나와선 법제처 법령해석심위원회 위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법리에 밝고 소신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서의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우리 헌법 최고의 이념이 구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겠습니다.”

오늘 취임으로 이 재판관은 전효숙,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어 여성으로는 사상 세 번째 헌법재판관이 됐습니다.

사시 수석 출신 판사로,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 변호사로, 국가인권위원으로 법조계 양지를 걸어온 이 재판관이지만 어린 시절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의류 노점상을 하는 새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서울대 법대 입학, 사시 수석 합격이라는 결실을 일궈낸 겁니다.

이 재판관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대법원은 그녀를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이라고 소개했을 정도입니다.

이 재판관이 취임사에서 ‘초심’과 ‘소외된 약자’ ‘소수자’를 힘주어 강조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성으로서의 제 경험과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열린 사고와 치우침 없는 균형감각을 견지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소외된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면서도,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 사회의 진정한 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능력과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이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헌재는 이정미 전 재판관 퇴임 이후 16일 만에 8인 재판관 체제로 복귀했습니다.

현재 헌재에 계류돼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860건이 넘습니다.

헌재가 두 달 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매달리면서 다른 사건들 처리가 중단된 영향이 큽니다.

이 가운데엔 박 전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가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재산권 침해는 아닌지 등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직결되는 굵직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특히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위반이 아닌지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꼽힙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는 6년 넘게 헌재에 계류 중이지만 폭발성이 워낙 큰 사안이라 아직 결론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선애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헌재는 일단 8인 체제로 다시 돌아왔지만, 갈 길이 바빠 보입니다.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미뤄뒀던 사건들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처리해 나갈 방침입니다.

법률방송뉴스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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