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 “트랜스젠더, 정신질환 분류서 제외”
국방부령에 남아있는 '성주체성장애'... "낙인·차별 법령용어 개정해야"

[법률방송뉴스] ‘성주체성장애’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뜻이 연상되십니까.

일단 ‘장애’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뭔가 ‘불능’이 연상되기도 하고, 대체적으로는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합니다.

우리 법령에 이 ‘성주체성장애’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어떤 뜻일까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편견을 어둡지만 담담한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트랜스젠더로 나오는 배우 안아주는 실제 트랜스젠더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감독은 안아주 캐스팅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트랜스젠더 역시 사람이고 우리의 이웃임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말처럼 드러내든 드러내지 않든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관련해서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해 6월 그동안 정신질환으로 분류해 왔던 트랜스젠더를 국제질병분류 항목에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레일 세이 / 세계보건기구 코디네이터]
“성주체성장애를 정신장애 항목에서 제외한 이유는 우리는 이것이 정신건강과 관련됐다거나, 당사자들이 낙인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우리 법령에도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표현이 나옵니다.

국방부령인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제8조 검사의 방법 6항,

“성주체성장애 및 성선호장애를 보이는 사람에 대하여는 개인별로 칸막이를 하고 검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성선호장애’는 어린아이나 여성의 속옷 등 특정 대상에 성적으로 집착하는 넓은 범위의 성도착증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성주체성장애는 다름 아닌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트랜스젠더는 태어난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 정체성을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로서 성전환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선 ‘제3의 성’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 이를 ‘장애’로 적시해 표현한 국방부령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한희 변호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트랜스젠더가 자기가 태어난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 이게 뭔가 정신장애 진단을 받아야 되고 치료가 돼야 되는 뭔가 비정상적인 그런 것으로 인식이 되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사회적 낙인, 차별을 불러올 수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죠. ” 

성정체성장애가 차별적 용어라는 지적에 대해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박한희 변호사는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장애’라는 표현은 떼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한희 변호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성주체성장애에서) 장애라는 용어가 탈락되고, 그냥 타고난 성별과 본인이 느끼는 성별이 그냥 다른 어떤 상태를 가진 사람으로 이런 용어로 바꿀 필요가...”

트랜스젠더를 군에 보내야 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를 ‘장애’로 규정한 국방부령은 국제 기준 권고 등에 비춰보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추후 용어 변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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