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안녕하세요. ‘법률정보 Show’ 주창훈 변호사입니다.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기범죄는 27만 4천 86건으로, 이를 환산하면 하루 750여건, 1시간에 31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사기를 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원행정처에서 매년 발행하고 있는 사법연감에 나타난 결과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2004년 이후 사기·공갈 관련 범죄가 전체 형사범죄 중 1위를 계속하여 유지하고 있고, 사건 수 역시 다른 범죄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재판을 진행하다보면 사기만큼 유무죄 여부가 불투명한 사건도 없습니다. 

채무자 입장에서 보면 ‘처음엔 갚을 생각으로 돈을 빌렸는데, 상황이 어렵다 보니 못 갚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애당초 갚을 생각 없이 거짓말로 돈을 가져간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 변호를 맡았던 사기사건의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어떤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동차부품 수출일을 하던 갑은 부도를 맞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더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고리의 이자를 내고 사채를 빌려 사업자금을 융통하였는데요. 사업이 잘 되면서 이자 지급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연말을 맞아 고향 친구들은 만난 자리에서 갑은 을로부터 “최근 목돈이 생겼는데,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사채업자에게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는 것보다 고향 친구인 을에게 이자를 주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한 갑은 을에게 “월 3%의 이자를 줄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을로서도 월 3%의 이자만 확실히 들어온다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습니다. 이에 을은 갑에게 총 5억 원을 빌려주고 2년가량 이자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발 금융위기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출물량이 뚝 끊기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경기악화에 갑은 결국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고향 친구인 을에게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지경에 놓였습니다. 그러자 을은 갑을 사기로 고소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갑에게 사기죄가 인정될까요.

형법 제347조에서는 사기죄에 대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기망’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한바 있는데요.

쉽게 말해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이는 일체의 행위를 기망이라 합니다. 즉,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여 돈을 받으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죠.

앞서 말씀 드린 사안에서 검사는 “갑이 신용불량자로서 처음부터 을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차용하더라도 신용카드 대금 등 생활비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을 뿐 아니라 이를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갑을 사기죄로 기소하였는데, 정말 갑은 고향친구에게 사기를 친 것일까요.

우선, 갑이 사업에 실패하여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고향 친구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즉, 을도 돈을 빌려주기 전부터 갑이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사실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다음으로 갑은 실제 자동차부품 수출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을로부터 받은 돈 대부분도 사업에 사용하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갑은 을로부터 돈을 빌린 다음 2년 가까이 월 3%의 이자를 지급하였고, 수차례에 걸쳐 차용증을 작성해주었습니다.

만일 갑이 애초부터 을의 돈을 사기 칠 생각이었다면, 2년 동안 이자를 지급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떠하였을까요.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한 경위, 이 사건 행위 무렵 피고인이 사업과 관련하여 행한 자금집행내역,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당기간 동안 일정한 금액의 이자를 꾸준히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피고인의 경제사정이나 이 사건 사업방식 및 내용을 잘 알고 피고인에게 금원을 교부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만일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랐어도 갑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정말 피해자가 갑의 신용불량사실을 몰랐거나, 갑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사업에 쓰지 않고 생활비로만 썼다면 말이죠.

이렇게 되었다면 갑의 인생은 180도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즉, 난생처음 구속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무상 사기죄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었거나 피해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고 선고당일에 피고인을 법정구속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제의 키포인트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안 갚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의 기망사실 즉, 채무자가 거짓말로 돈을 빌린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행위뿐 아니라 부작위에 의한 기망, 즉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사기죄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하였다면 돈을 빌릴 당시 상황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관련 증거를 미리 준비하여 채권자 입장에서는 법률상 기망에 해당함을 밝혀야 하고, 채무자 입장에서는 기망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말해 거짓말한 사실이 없음을 밝혀야 합니다.

이상 사기와 관련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법률정보 Show’ 주창훈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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