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 끝난 후 해고 예고 통지서 보내... 업무 계속 시키고 한 달 후에 "해고"
행정법원 "수습기간 끝났으면 통상 근로관계로 전환... 별도의 해고 사유 있어야"

[법률방송뉴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두는 기업들이 많은데요. 오늘(3) ‘판결로 보는 세상은 수습 기간 얘기해 보겠습니다.

2016112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과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A씨가 있습니다.

A씨는 회사와 3개월의 수습 기간 중이나 수습이 끝날 때 업무평가 결과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고 합니다.

201721일부로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났고 A씨는 수습 기간 종료 이후에도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지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회사는 수습 기간이 끝난 며칠 뒤인 2017210'수습 기간의 낮은 업무 평가'를 이유로 A씨에 대해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7310일 회사와 A씨의 근로관계는 최종 종료됐다고 합니다.

이에 불복해 A씨는 수습 기간의 낮은 업무평가는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근로관계 종료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이고 해고가 아니다”라A씨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해고의 부당함을 논하기 전에 해고 자체가 아닌 쌍방의 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여서 부당해고 여부를 다툴 필요도 없다는 취지의 결정입니다.

중앙노동위도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A씨는 불복해 정식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4(김정중 부장판사)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주목한 건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낸 시점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회사는 수습 기간이 21일로 종료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원고가 진행하던 업무 상황 때문에 당일에 근로관계를 종료하지 않았고, 2월 10일까지 업무지시를 하는 등 근로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고가 210일 회사로부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수습 기간 계약으로 발생한 '해약권'은 사라진 상태였다. 이는 '본 채용 거부' 통지가 아닌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수습 기간이 끝난 21일 이후엔 수습이 아닌 통상의 근로관계로 전환됐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회사는 수습 기간이 지나 해약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오로지 수습 기간 중의 사유만으로는 원고를 해고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습 기간이 끝나 통상의 근로관계로 전환된 만큼 A씨를 해고하려면 별도의 해고 사유가 있었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정말 일을 못 하고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면 회사가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굳이 다 채우고도 한 달 남짓 더 일을 시킨 뒤 내보낼 이유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가고자 하는 길이 서로 생각이 달라서 갈라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혹시라도 정직원이라고 뽑아 놓고 몇 개월 급한 대로 부려먹고 내보내려는 구직자들의 급박한 처지를 이용하는 열정 착취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인간 관계가 다 그렇겠지만 직업에 있어서도 회사도 사람도 서로 잘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