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재판, 화재 축소·은폐 의혹 풀어야... '증거'가 판가름
디스커버리 제도, 재판 전 원고·피고 상호 증거자료 공개
국회·공정위 등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하라"... 지금은 잠잠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8일)은 ‘불타는 BMW’ 재판과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8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불타는 BMW'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정식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에서 BMW 측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차량 화재 원인을 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로 보고 리콜을 했으니 차량에 있는 결함은 치유됐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해소됐으므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없다"는 게 BMW를 대리한 변호사들의 말입니다. 쉽게 말해 결함은 있었지만 리콜을 해줬으니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작년 10월 리콜 받은 차량에도 화재가 났는데도 리콜로 화재 위험이 사라졌으니 손해도 없고 손해가 없으니 당연히 배상 책임도 없다는 BMW 측 주장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게 피해자 측 변호사의 반박입니다.

오늘 첫 재판을 지켜보니 앞으로 재판 쟁점은 BMW가 했다는 리콜이 BMW의 손해배상 책임을 상쇄시킬 수 있는 행위였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은 'BMW가 화재의 원인을 알고도 문제를 축소·은폐했느냐' 여부입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발표 중 결함 은폐, 늑장 리콜 등은 일부 정황이나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그릇된 판단"이라는 게 BMW 입장입니다.

손해배상 책임과 축소·은폐 의혹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는 사안으로 이를 밝힐 방법은 오로지 '증거'입니다.

그리고 손해배상 소송은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재판이니만큼 사건 은폐와 축소, 이에 따른 늑장 대응과 소비자 피해 등의 입증 책임은 오롯이 피해를 주장하는 쪽, 원고 쪽에 있습니다.

즉 BMW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만한 잘못을 한 게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BMW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잘못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어렵고 힘든 싸움입니다. 관련 자료나 정보, 증거 등이 대부분 BMW 내부 자료, BMW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하는 게임,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에선 '디스커버리 제도', 우리말로 하면 '재판 전 증거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정식 재판이나 심사가 시작되기 전에 원고와 피고 양측이 모두 해당 사안과 관련된 모든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서로 공개한 범위 내에서만 본안 심사를 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가진 패를 다 까서 보여주고 그 공개된 패 내에서만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겁니다.

디스커버리 제도에 정통한 미국 변호사 말을 들어보니 소비자가 기업에 이런 자료 달라, 저런 자료 달라 하면 기업이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켕기는 게 있으니 감추는 거다' 식으로 재판에서 많이 불리해지거나 과징금을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 크고 작은 소비자 권익 침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그때만 반짝,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합니다.

지난해 하루가 멀다 하고 불타는 BMW 사건이 터져 나올 당시에도 변호사 단체와 국회, 공정위 등 곳곳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얘기가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불타는 BMW 첫 재판, 디스커버리 제도는 없었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BMW는 ‘우리는 손해배상 책임 없다. 배상 책임을 입증할 수 있으면 입증해보라’라며 나왔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재판을 지켜봐야 할까요. 법률방송 '취재파일'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