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입국, 윤지오 검찰 출석... 취재진 열기 '온도차'
장자연 사건 '권언유착-권권유착' 화두 한국사회에 던져
연예인 엽기 몰카 '관음 욕구'에 가려진 '권력형 비리'

[법률방송뉴스]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졌던 단순 폭행 사건이 마약 성폭행, 승리 성접대, 경찰관 유착 의혹 등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정준영 성관계 몰카라는 엽기적인 사건으로까지 번지면서 블랙홀처럼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15일)은 ‘관음증’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사흘 전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입니다. 성관계 몰카 정준영의 입국을 커버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급기야 포토라인이 무너지며 기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날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동부지검입니다.

이날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동료였던 윤지오씨가 대검 진상조사단에 관련 내용을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지만 윤지오씨를 취재하기 위해 나온 언론사는 몇 안 됐습니다. 

입국장이 터질 듯이 기자들이 몰려나온 정준영 입국과 썰렁하기 그지없는 윤지오씨의 검찰 출석.

정준영 몰카와 장자연 사건, 물론 어느 사건이 더 중하다 가볍다 할 순 없습니다.

장자연 사건은 10년 전 사건이고 정준영 몰카는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니만큼 정준영에 쏟아진 언론의 관심도 일견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몰래 찍어서 그것을 단체 카톡방에서 공유 하며 킬킬 거린 화가 치미는 사건이지만 어쨌든 뜯어보면 정준영 몰카 사건은 본질적으론 정준영 개인의 엽기적 일탈 행위입니다.

분노를 자아내고 비뚤어지고 왜곡된 여성관과 성의식을 질타할 순 있어도 그럼에도 본질에 있어선 어디까지나 넓게 봐줘도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 행위를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반면 장자연 사건은 성격과 의미가 다릅니다.

유력 언론사 사주 일가 등 힘세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장자연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짐승”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종의 ‘사회적 타살’ 입니다.

그리고 이 사회적 타살은 경찰과 검찰을 거치며 부실과 봐주기 논란 속에 실체 없이 증발해 버린, 권력과 언론, 권력과 권력, 권언유착, 권권유착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우리 사회에 남겨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불편한 생각이 드는 건 이 지점입니다.

10년 전 장자연 사건 당시 장자연이라는 연예인의 죽음을 성적으로, 선정적이고 관음적으로 소비해버렸던 언론이 이번엔 정준영 몰카라는 훨씬 더 맛있고 먹음직해 보이는 다른 먹이에 몰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기에 사회 전체가 ‘그래서 동영상 여자 주인공이 누구래’, ‘동영상 어디 구할 수 없냐’는 식으로 관음 욕구를 좇아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편함이 바로 그것입니다.

관련해서 검찰에서 증언을 하고 나온 다음날 윤지오씨는 자신의 SNS에 “너무 속상하다, 언니(장자연) 사건만 올라오면 항상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준영 사건으로 장자연 사건을 덮으려는 기획과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면 하이에나처럼 우르르 달려들어 관음적·선정적 보도를 하다 약발이 떨어지면 또 다른 먹이를 찾아 우르르 몰려가는.

정준영 몰카 보도가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전형적 양태가 아니길 바라봅니다. 더불어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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