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뇌물 혐의 1심 징역 3년 실형
1년 감경 2심 징역 2년 선고에 "양형 기준 다른가" 재판부에 고함
이재용·정몽구·최태원 등 재벌 총수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
"조폭에게 양형기준 '질타' 당하는 사법부... 시약불견, 보고도 못 본 체"

[법률방송뉴스] "재벌 회장들은 몇십억씩 뇌물 주고 집행유예로 나가고, 재벌 회장들과 일반인의 양형 기준 자체가 다른 겁니까."

무슨 열혈 시민단체 관계자가 한 말처럼 보이는 저 말은 실은 오늘 서울고법에 있었던 뇌물 혐의 피고인인 조폭사업가가 자신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한 말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재벌 회장들과 일반인의 양형 기준 자체가 다른 겁니까" 발언의 주인공은 성남시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38살 이모씨입니다.

이씨는 자신이나 조직원들이 관련된 형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잘 봐 달라는 취지로 관할 경찰서인 성남 수정경찰서 강력팀장 이모씨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전 팀장의 지인이나 아내를 자신이 운영하는 IT 관련 업체 직원으로 허위로 올린 뒤 2015년 8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1년여간 월급을 지급하는 식으로 모두 3천 700여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입니다.

이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런저런 유착 의혹도 제기된 바 있는 인물입니다.

1심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뇌물을 준 이씨와 뇌물을 받은 이 전 팀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선고공판이 오늘 열렸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팀장에 대해선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조폭사업가 이씨에 대해선 1심보다 1년을 깎아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댜. 

재판부는 일단 "경찰 공무원과 그 지역의 폭력조직 전과를 가진 피고인들 사이에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고 교묘하게 금품이 오가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가중처벌 규정이 있는 뇌물수수자와 그렇지 않은 뇌물공여자에게 동일한 형량을 부과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이씨의 형량을 1년 깎아줬습니다.

뇌물을 준 사람과 뇌물을 받은 사람을 똑같이 처벌하는 건 합당하지 않고 뇌물을 받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 비해 형량을 1년 깎아줬음에도 실형 선고가 성에 안 찼는지 이씨는 선고 직후 교도관들에게 끌려 나가며 재판부를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재벌 회장들은 몇십억씩 뇌물 주고 집행유예로 나가고, 저는 청탁도 대가도 없이 2년을 받아야 합니까. 재벌 회장들과 일반인의 양형 기준 자체가 다른 겁니까"라는 외침입니다.

뇌물죄 피고인 조폭사업가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 자체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당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만 해도 최순실에 수십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횡령이나 배임 같은 범죄로 기소됐지만 모두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오죽하면 ‘재벌 풀어주기 3·5 공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무려 4천억원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고 풀려난 경우도 있습니다.

재벌 총수 봐주기 사례는 일일이 다 들자면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재벌 회장들과 일반인의 양형 기준 자체가 다른 겁니까”라는 수천만원 뇌물 혐의 징역 2년 선고 조폭사업가의 '질타'는 그래서 참 씁쓸합니다.

뇌물 혐의 피고인 조폭사업가에게 “재벌 회장은 금테 둘렀고 일반인은 밥풀떼기냐” 식의 항변을 법정에서 들어야 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

시약불견(視若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 유구무언(有口無言). 보고도 못 본 체 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체 하고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시약불견, 청이불문, 유구무언. 오늘 해프닝을 보며 우리 법원에 대해 이 12자가 생각나는 건 왜 일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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