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사회 초년생, 택시에 치여 전치 11주 중상
택시기사, 형사 판결 3일 전 찾아와 합의 종용
300만원 받고 "다른 이의 제기하지 않겠다" 합의
법률구조공단 “물정 몰라서 도장”... 법원 "무효"
[법률방송뉴스] 19살 사회 초년생이 택시에 치여 전치 11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형사 판결 사흘 전에 찾아와 감옥 가게 생겼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해서 얼떨결에 찍어줬습니다.
이 사회 초년생은 위자료나 일실수입 등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8일)은 교통사고 피해자 구조 사례입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4년 만 19세였던 박모군은 주차된 차들을 피해 1차로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2차로를 가로질러 인도로 가다 택시에 치여 전치 11주의 골절 상해 등을 입었습니다.
언덕 위에 주차돼 있던 택시가 택시 기사의 부주의로 250m를 미끄러져 내려와 그대로 박군을 덮친 겁니다.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기소된 택시 기사 강모씨는 형사 판결 사흘 전 박군을 찾아가 각서를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준 300만원은 형사합의금이 아닌 가해자 개인이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이의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300만원 받고 법적으로 완전히 끝내겠다는 내용의 각서로 사회 초년생인 박씨가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그냥 도장을 찍어준 겁니다.
위자료나 개호비, 일을 하지 못해 생긴 손실 등을 추가로 받아낼 길이 없음을 뒤늦게 알게 된 박군은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부제소 합의’는 폭력이나 협박 등 강제로 이뤄진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도 통상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한창훈 공익법무관 /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 사이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부제소 합의가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소를 각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에 공단은 재판에서 3가지 점을 집중 부각해서 주장했습니다.
우선 교통사고 전치 11주 중상에 300만원 받고 민사상 이의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
그리고 가해자는 오랜 기간 택시운전을 한 사람이고 피해자는 만 19세의 사회 초년생으로 이러한 합의는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점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단은 더불어 해당 각서가 형사 판결 3일을 앞두고 작성돼 재판부에 제출됐다는 점에서 해당 각서는 민사 위로금이 아닌 형사 합의금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공단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각서의 효력을 무효로 판단해 택시기사 강씨는 590여만원을 더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고, 강씨의 항소 포기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한창훈 공익법무관 /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
“이렇게 피해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히 공정을 잃은 경우에 이루어진 부제소합의는 민법 제104조가 규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그 효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법률구조공단은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6월 교통안전공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저소득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민사사건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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