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대한 엄중 수사” vs “경찰관들 문책 중단해야”
경찰 “현장출동 시 피신고자의 정신병력 파악 힘들어”
정부차원 정신질환자 관련 대응 매뉴얼 등 구축해야

[법률방송뉴스]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에 의한 진주 묻지마 방화·살인 난동에 대한 경찰 책임론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19일)은 묻지마 살인과 정신질환자 대응 매뉴얼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새벽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2살 안인득씨의 묻지마 방화·살인 난동으로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경찰은 안인득씨에 대해 살인·방화·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흉악범 신상공개를 결정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안씨는 정확한 사건 경위 등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은 범행 동기 등 사건 전모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안씨의 난동이나 행패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웃집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이미 1년 전부터 수차례 이유 없이 난동을 부리고 주민들을 상대로 위협 행위를 해왔다고 합니다.

경찰에 접수된 안씨의 위협이나 난동 신고만 8차례, 심지어 바로 위층에 살던 18살 최모양은 범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 가족들이 집 앞에 CCTV까지 설치했지만 이번에 결국 흉기에 찔려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관련해서 청와대 게시판엔 진주 조현병자 묻지마 방화·살인 관련 상반되는 청원이 하루 사이 두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나는 ‘진주 방화·살인 사건 초기 부실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입니다.

다른 하나는 ‘진주 사건과 관련해 출동 경찰관들에 대한 문책을 중단’할 것을 청원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반대의 청원, 이번 진주 방화·살인 난동 사건이 무 자르듯 딱 잘잘못이나 시비가 가려지기 어려운 사건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아닌가 합니다.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방화와 살인 난동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경찰이 이번 사건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요.

“경찰 자체적으로 정신병력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어제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진행된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정천운 진주경찰서 형사과장이 한 말입니다.

실제 119 신고 사건에 대한 경찰 출동 단계에서 경찰이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정신질환자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데다 있는 정보마저 경찰이 이를 쉽게 열람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하소연입니다.

설령 어떻게 출동 경찰이 정신질환자인줄 알았다 해도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이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질환자를 제압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어떤 매뉴얼이나 법적인 근거도 없습니다.

"현재 경찰의 사건 발생 처리 시스템으로는 정신병력 사항을 알 수 없고, 모든 피의자에 대해 정신병력이 있는지 체크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나 매뉴얼도 없다. 이것이 이번 참극을 불러온 배경“이라는 게 법무법인 현재 김덕 변호사의 진단입니다.

‘왜 정신병자인지 몰랐냐’, ‘왜 정신병자를 방치했냐’는 식으로 추궁하고 문책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번 사건은 ‘사람’이 아닌 법과 제도의 ‘미비’를 근본 원인과 문제로 봐야합니다.

따라서 할 일은 명확합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경찰이 묻지마 범행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과 근거들을 정비하고 만드는 겁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도 있지만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안 고칠 순 없습니다. 다시 잃지 않기 위해선 더더욱 고쳐야 합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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