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눈 시술 받다 의료사고... 시력 상실
내게 왜 이런 일이... 절에서 한달간 삼천배
변호사시험 도전 2015년 합격, 법조인 길로
장애인 차별·학대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
제4회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장애인’과 ‘인권’ 전문 변호사로... “판사가 최종 목표”

[법률방송뉴스] 시각장애인 변호사,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변호사일을 한다는 거지. 그것보다 애초 변호사는 어떻게 됐지 하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그런 변호사가 실제 있습니다. 올해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을 수상한 김동현 변호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시각 장애를 딛고 ‘세상의 빛’이 되고 있는 김동현 변호사를 신새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수줍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는 김동현 변호사. 외관상으로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김 변호사는 시력을 상실한 시각장애 1급입니다.

지난 2012년 수술이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눈 시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은 겁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의료사고였는데.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처음에는 이제 이런 저한테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요.”

원래 공학도였던 김동현 변호사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전공을 살려 정보기술, IT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그렇게 법조인의 꿈을 키워가던 로스쿨 2학년 때 청천벽력 같은 의료사고로 시력을 상실한 겁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한 달 정도 절에서 삼천배 기도를 했어요. 매일 삼천배 기도를 하면서 울기도 많이 했고. 그런데 몸이 힘드니까 마음이 되게 좀 빨리 풀리더라구요. 제가 눈을 뜨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육신의 눈을 잃고 마음의 눈을 찾게 된 김동현씨는 2013년 다니던 로스쿨에 복학해 변호사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두 눈이 멀쩡해도 붙기 어려운 시험,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한 공부였지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아무래도 시각장애인이 공부를 할 때 제일 힘든 게 책을 구하는 거거든요. 어쨌든 공부하려면 교과서가 있어야 되고 참고서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법학 서적 같은 경우는 책도 두껍고 다 종이로 되어 있다 보니까...”

교과서와 참고서적들을 일일이 다 컴퓨터 파일로 변환해 음성으로 들으면서 말 그대로 피나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김동현씨는 지난 2015년 제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그토록 원하던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그 과정에서 책을 다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야 되니까 굉장히 시간도 많이 들고 지금도 이제 많은 사람 도움을 받고 있지만 공부를 할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셨거든요. 저희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저랑 같이 밥 먹으러 다니고 공부하고 그 다음에 교수님들께서도...”

스스로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법조인이 된 김동현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시각장애인 재판연구원은 김동현 변호사가 처음입니다.

그렇게 김동변 변호사가 걸어가는 길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고 도전의 연속입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사건으로는 종중 사건이 하나 되게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이제 보는 분들은 족보를 그냥 표를 보시면 되잖아요. 이렇게 쭉쭉 내려가는 걸 보면 되는데 저는 그거를 이제 머리로 다 이해를 하고 머릿속에 그려야 하니까 그래서 되게 어렵게 검토를 해가지고 부장님께 드렸더니 ‘이걸 어떻게 했냐’면서 ‘되게 고생했다’고 칭찬을...”

그리고 재판연구원 시절 김동현 변호사는 장애인법연구회가 발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공동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자연스레 김동현 변호사를 2017년 3월 지금의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로 이끌었습니다.

김동현 변호사는 지금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장애인 차별·학대 사건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주로 많이 오시는 장애 유형은 아무래도 지적장애 내지는 자폐성장애 같은 이런 발달장애 분들이 저희 피해자 중에 거의 한 6~70% 되시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사건 같으면 주로 신체적 학대, 맞았다든지 이런 것들이 많고 그 다음에는 저희 분류로는 경제적 착취라고 해서 강제 노동을 당하셨다든가...”

장애인 사건의 어려운 점은 피해자가 장애인인 그 자체가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김동현 변호사는 말입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장애인 사건은 사실 증거수집이 되게 어려워서 장애인 분들이 진술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진술을 한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할 수가 없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잘 안 믿어 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만 2년 동안 김동현 변호사는 그 스스로 시각장애인이면서 장애인들의 피해 구제와 권리 회복을 위해 악전고투를 해왔고, 지난 9일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번에도 김동현 변호사는 다 주위 도움이라고 공을 돌리며 몸을 낮춥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되게 기쁘기도 하고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한 게 저는 여기 센터 소속 변호사로서 여기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는 것 뿐인데 앞으로 열심히 하란 뜻으로 알고 계속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겠다. 애초 인생 설계 당시 계획했던 IT 전문 변호사에서 이제 김동현 변호사의 ‘전공’은 ‘장애인’과 ‘인권’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변호사 경력을 쌓은 뒤 판사로 임관하는 것.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일상의 소소하지만 당사자들한테는 거대한 벽과 같은 차별과 장애물들을 하나씩 둘씩 깨뜨려나가는 것, 그것이 김동현 변호사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고 살고자 하는 삶입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제가 변호사로서 충분한 일을 해야 또 판사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여기 일을 계속 열심히 할 예정이고요. 그 다음에 또 이런 (장애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고를 모아서 공익소송을 한다든가 하는 방법도...”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좀 불편함일 뿐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그 자신이 그 증거인 김동현 변호사는 ‘꿈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동현 변호사/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저는)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장애가 있다는 것보다는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잘 찾아보고 꿈을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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