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린자는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상린자'는 서로 이웃한 사람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표의자'는 의사 표시자
"몽리자의 특별승계인은 몽리자의"... '몽리자'는 이득을 얻는 사람
"뜻을 알면 쉬운 말을 알 수 없는 한자로 어렵게 만들어놔... 바꿔야"

[법률방송뉴스]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 주연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라는 영화, 기억들 하실 텐데요.

우리 민법에도 ‘놈놈놈’ 3인방이 있습니다.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 놈 자(者) 자 3인방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 이상하기만한 3인방은 각각 어떤 사람들을 뜻하는 말일까요.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2일)은 장한지 기자가 민법 '놈놈놈' 3인방을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입니다.

[영화 효과음]

“머지않아 과연 누가 최고인지 니들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거다.”

우리 민법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기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놈놈놈' 3인방이 있습니다. 바로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 입니다.

시민들에게 어느 하나라도 뜻을 아는 게 있는지 물었습니다.

[장준태(42) / 서울 강남구]
“상린자, 민법의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 전혀 모르겠습니다.”

[김민규(36) / 경기도 부천시]
“전혀 들어본 적 없습니다. 표의자, 표의자, 표의자, 이거 진짜 아는 사람 있을까요. 상표, 표, 상표, 표...”

[장은수(68) / 서울 광진구]
“상린자, 저거 아닌가. 위에 어떤 상징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표의자는요?) 그렇게 어떻게 나타나는 사람인가? (몽리자는요?) 꿈에 나타나는 사람? 모르겠네.”

‘모르는 놈’ 3인방 가운데 첫 번째 '상린자'는 민법 제235조에 나옵니다. “상린자는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용수할 권리가 있다” 입니다.

동어반복인 것 같기도 하고, ‘용수’라는 목적어의 의미도 모호하고, 무엇보다 주어인 ‘상린자’가 뭐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상린’은 한자로 ‘서로 상(相)’에 ‘이웃 린(隣)’을 씁니다. 따라서 '상린자'는 해석하면 ‘서로 이웃한 사람’이 됩니다. ‘용수’는 ‘쓸 용(用)’에 ‘물 수(水)’, 물 사용을 말합니다.

즉, 해당 민법 조항은 "서로 이웃한 사람은 타인의 물 사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입니다.

막상 알고 나면 허무할 정도로 쉬운 말을 '상린자'니 뭐니 저렇게 어렵게 꼬아 놓은 겁니다.

민법 제107조,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는 조항에 나오는 ‘표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의자'의 ‘표의’는 ‘겉 표(表)’에 ‘뜻 의(意)’ 자를 씁니다. 그냥 ‘의사 표시자’ 라는 뜻입니다. 어느 쪽이 쉽고 명확한지는 비교할 것도 없습니다.

[송종호(41) / 서울 강남구]
“이렇게 바꾸면 조금 더 이해는 가겠네요. 이렇게(원래대로) 했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민법 '놈놈놈' 3인방 가운데 어떻게 보면 가장 희한한 말 ‘몽리자’입니다.

'몽리자'는 민법 제233조에 나옵니다. “몽리자의 특별승계인은 몽리자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는 조항입니다. 승계인은 승계한다. 역시 동어반복입니다.

그건 둘째치고, '몽리자'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주어의 뜻을 모르니 '몽리자'의 뭘 승계한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임주현(23) / 서울 왕십리]
“몽리자요? 몽리자? 잘 모르겠어요.”

[김다은(23) / 서울 왕십리]
“잘 모르겠는데...”

‘몽리자’, ‘몽리’의 몽(蒙)은 어리석을 몽, 이(利)는 이로울 이 자입니다. 어리석고 이롭다는 건지, 이로움에 어리석다는 건지, 한자를 알아도 도통 무슨 뜻인지 짐작이 어렵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몽리자’의 뜻은 ‘이득이나 덕을 얻는 사람’ 이라고 돼 있습니다. 한자사전에 ‘몽리’는 ‘이익을 얻음’이라는 뜻으로 나와 있습니다.

'몽(蒙)' 자에는 ‘받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로소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한자어, 실생활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말이 우리 법률에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염형국 변호사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법령에 그런 표현들이 담겨서 있어서 법률을 인용할 때는 그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일상적인 표현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민법 놈놈놈 3인방’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3가지만이 아닙니다. 이런 낯선 말들이 우리는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채, 여전히 법전에 남아서 우리 생활을 규율하고 있는 겁니다.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 한자를 알아야 겨우, 또는 한자를 알아도 무슨 뜻인지 잘 알기 힘든 민법 법률용어 놈놈놈 3인방.

한자어 표기면서 정작 법전에는 단 한 글자도 한자 표기 없이 그냥 한글로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라고만 쓰여 있는 이 난해한 법률용어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