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론자 "오판 가능성 배제 못해... 폐지해야"
사형 유지론자 "응당한 처벌로 법적 정의 구현해야"
두 차례 사형제 합헌 결정 헌재, 세 번째 위헌심판

[법률방송뉴스] 사형제를 폐지하느냐, 유지하느냐. 일도양단식으로 답을 얻기 어려운 영원한 화두입니다. 국가인권위가 오늘(3일) ‘사형제 및 대체형벌 청문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이 사형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심층 리포트' 장한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는 김영삼정부 마지막 해인 1997년 12월 사형이 집행된 이후 21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사형제 폐지를 공식화하는 것은 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사형제 폐지를 말하는 쪽에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오판으로 인한 '사법 살인' 가능성을 사형제 폐지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오판도 아닌 국가가 의도적으로 사법 살인을 저지른 유신정권 시절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영교 / 인혁당사건 사형수 하재근 부인]
"깨달았습니다. 국가기관이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35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저희 남편은 돌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말을 걸 수도 없습니다. 사형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한 번 집행을 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바로 사형입니다."

반면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쪽에선 인혁당사건 같은 경우는 다 옛날얘기고 지금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증거가 명백한 흉악한 연쇄살인마나 아동 성폭행 살인범 등을 살려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극악한 범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보지 않고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얘기라는 주장입니다.

[장성환 / 2015년 살인 사건으로 아내 사망]
"고귀한 생명을 무참히 잔인하게 목숨을 끊어놓고서 살려둔다는 것은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가고요. 사람을 죽였으면 본인도 죽어야 된다고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 함부로 죽여 놓고 사형을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일단 사형제가 범죄 예방 효과가 없거나 극히 미약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법조계나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위하력' 효과가 분명치 않다는 건데 그럼에도 헌재는 지난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사형제가 형벌 본질에 부합하고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만큼 과잉금지 원칙이나 법익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결정이었습니다.

[김한균 박사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문제가 되는 것은 사형제도를 자의적이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국가의 비이성이지 흉악한 범죄 현실에 대해서 국민들이 느끼는 '복수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법철학적으로 정의 감정의 중요한 부분이고 이 정의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법을 신뢰하고..."

반면 응보 기능만 하는 형벌은 거꾸로 사형제가 의미 없음을 입증하는 반증이라는 것이 사형제 폐지 쪽의 주장입니다.

EU 가입 규약 등 국제적 추세를 봐도 사형제 폐지는 대세이자 흐름이라는 주장입니다.

[김준우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각종 국제인권 규범이나 뗘와의 협약이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사실 현재 인권규법에 있어서 많은 보편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EU 같은 경우는 흔들림 없이 사형제 폐지를 입장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공식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했을 때 이후 대안입니다.

절충형으로 거론되는 것이 반인륜적인 극악범죄나 반사회적·반국가적 범죄에 한해 사형제를 유지시켜 점차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사형제를 대체할 형벌로는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무기징역보다 가석방 심사와 허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상대적 종신형도 사형제 대안으로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오판에 의해 사형이 판결, 집행될 경우 무고한 생명을 돌이킬 수 없다 라는 관점으로 (인권위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존치나 폐지의 입장은 모두 국민의 안전 그리고 인권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라는 이러한 지향점을 갖고 있고..."

방법론적으로는 국민 법감정 등을 감안하면 국회가 법률 개정을 통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난감한 만큼 헌법재판소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형제 폐지를 강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헌재엔 세 번째 사형제 위헌심판이 계류 중입니다. 

찬반이 뚜렷이 갈리는 우리 사회 굵직한 제도, 사형제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런 가운데 6자리가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채워진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폐지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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