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변협회장 임기 종료... “마음이 편해요”
"98개 버킷리스트 달성 위해서 혼신의 힘 다해"
패스트트랙 등 현안 관련 질문엔 '돌직구' 답변
"돈과 명예, 양립할 수 없어... 법조인 용기 내야"

[법률방송뉴스]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 관련한 소식 자세히 전해드렸는데요.

지난 2월까지 전국 2만 5천여 변호사들의 수장,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 김현 전 회장은 패스트트랙 처리나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 등 법조계 현안에 대해 어떤 인식과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요.

‘LAW 투데이 인터뷰’, 대한변협 회장 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 김현 전 회장을 신새아 기자가 만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 사무실이 아닌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의 얼굴과 표정은 변협 회장 시절에 비해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전국 2만 5천여 변호사의 수장이라는 권위와 지위를 내려놓은 데 대해 김현 전 회장도 스스로 ‘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2년 동안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회원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일해서 아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동안 못 읽던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아주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주 마음 편하다”는 건 역설적으로 변협 회장이라는 직이 그만큼 무겁고 치열했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김현 전 회장은 실제 전관예우 타파를 위한 법제도 마련 등 98개의 ‘버킷리스트’를 사무실 벽에 걸어 놓고 임기 2년 동안 그야말로 말 그대로 ‘동분서주’했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저는 정말 2년 동안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회에 6백 번을 갔었고 하루에 3번을 국회에 간 적도 있어요.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저는 아무런 아쉬운 점이 없습니다.”

스스로 ‘아쉬움이 없다’고 자부할 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뤄낸 것들도, 기뻤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제일 기뻤던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조물 책임법에 도입한 것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권리를 증진하고 그리고 변호사들이 많이 쓰이게 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12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준법지원인 확대, 법무담당관 도입...”

물론 법안 발의가 끝이 아닌 어떻게 보면 시작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김현 전 회장이 후임 이찬희 현 변협 회장 집행부에 당부하고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협이 어떤 주장을 하면 심각하게 법조계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다는 것도 느끼게 돼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대한변협이 주장하면 그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대한변협이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 되겠다...”

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먼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합격자 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현 전 회장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세태를 꼬집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재밌는 것이 로스쿨 재학생들이 학교 다닐 땐 ‘합격자를 늘려라’, ‘합격률을 높여라’ 계속 그렇게 주장하다가 변호사가 되는 순간, 변호사시험 합격하자마자 ‘인원을 줄여라’ 이렇게 주장하는 것을 저는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합격자 수나 합격률에 일희일비, 모든 논의의 초점이 ‘숫자’에만 맞춰져 있는데 왜 로스쿨이 시작됐는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김현 전 회장의 말입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우리가 로스쿨 생겼을 때 처음에 상정했던 바람직한 로스쿨 교육의 목표가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로스쿨 교육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인지 그런 것을 좀 더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되죠. 합격률만 놓고 너무 일희일비 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저는 특히 패스트트랙에 대해서 좀 안 좋은 느낌을 갖고 있는데요. 2017년 12월에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받던 것을 박탈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처리했는데 패스트트랙은 가능한 한 발동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대의정치에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선 ‘권한 분산’을 강조하며 경찰에 대한 실효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검찰 입장에 무게를 더 실어줬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주의 기본 원칙은 권한 분산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골고루 권한을 가지고 각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번 논의되는 안을 보면 지나치게 경찰에 많은 힘을 몰아줘서 일정 한도의 사법통제가 꼭 필요하거든요.”

반면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선 기소권을 전폭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정작 중요한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 군 장성, 이런 분들은 다 빼놓고 이분들에 대해선 수사만 하고 기소권이 없습니다. 반면 판사, 검사, 경찰에 대해선 수사도 하고 기소권도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판검사 비리 수사처’라는 지적도 있을 정도에요. 그건 옳지 않고요.”

다른 민감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법조계의 가장 민감한 화두이자 변호사 업계가 최대 당사자이기도 한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도 좌고우면 안 하는 딱 부러진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우리 뿌리 깊은 전관비리, 이것 혁파되어야 하죠. 그래서 4대전관 및 고위전관들 변호사 개업 제한 필요하고요. 제일 필요한 것은 양식이죠. 돈과 명예가 양립하지 않는 것. 꼭 필요하죠.”

이 전관예우 타파를 위해서라도 판검사들에 대한 변호사 평가의 실질화가 필요하다고 김현 전 회장은 힘주어 강조합니다.

[김현 전 회장 / 대한변호사협회]

“법관 평가, 검사 평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평가가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하게, 공정하게 재판을 잘 한 판사가 승진하고 그런 분들이 대법관이 되는 분위기, 법관평가 결과 반영하면 그대로 되거든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법조인들은 용기를 내야 한다.

인터뷰 내내 어떤 질문에도 두루뭉술 피해가는 답변 없이 명확하고 선명한 입장을 밝힌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사법부 독립이 침해당할 때, 법치주의의 위기가 올 때, 법조인들은 권력과 여론에 맞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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