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특수근무 위험수당에 관한 규칙에 '벽암지'
"벽암지, 표준국어대사전·포털 검색에도 안 나와"

[법률방송뉴스] 5천미터 이상 고공에서 강하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군에서 5천미터 이상 고공 낙하산 강하 임무를 수행하면 영관급 장교는 월 6만6천원, 하사는 월 3만1천원을 위험수당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위험에 비해 수당이 좀 짜지 않나 싶은데요.

특수장비를 이용해 수중 및 수상으로 벽암지 상륙임무를 수행하면 영관급 장교는 월 3만9천원, 하사는 월 2만원의 위험수당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것도 뭔가 위험한 임무이긴 임무인 것 같은데 ‘벽암지’는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3일)은 ‘벽암지’입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8년 창설된 북파 특수공작 684부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2003년 영화 ‘실미도’입니다.

부대 창설 이유와 부대원들의 임무는 평양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

훈련은 바다에서 육지에서 산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극한까지 부대원들을 밀어붙입니다.  

허구와 드라마가 섞여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들도 비슷하게 혹독한 훈련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렇게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경우 일종의 위험수당이 지급되는데 군인의 특수 근무수당에 관한 규칙 위험수당 등의 지급대상자 및 지급액 별표입니다.

1회 이상 5천미터 이상 고공에서 항공기로부터 낙하산으로 강하한 경우, 월 지급액으로 영관급 장교는 6만6천원, 위관급 장교는 5만5천원, 상사·중사는 5만원, 하사는 3만1천원을 받는다고 돼 있습니다.

그 아래엔 월 1회 이상 특수장비를 이용하여 수중 및 수상을 통한 벽암지 상륙임무를 수행한 경우, 월 지급액 영관급은 3만9천원, 위관급 3만3천원 상사·중사 2만8천원, 하사 2만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벽암지 상륙임무, 뭔가 위험한 곳에 상륙하기는 상륙하는 것 같은데, 벽암지, 어떤 곳을 말하는 걸까요. 

[시민]
“벽암? 누구 호 아닌가?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요”

[시민]
“벽암지요? 잘 모르겠는데...”

일반 시민들은 그 뜻을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벽암지’라는 단어는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 국립국어원 관계자도 처음 듣는 말이라며 무슨 뜻이냐고 반문합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그런 말이 없는데요. 궁벽진 곳을 뜻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좀 도심 쪽이 아니라... 후미지고 이런 으슥한 곳 이런 곳을 뜻하는 건가요...”

벽암지는 일단 한자로는 푸를 벽(碧)자에 바위 암(巖)자, 땅 지(地)자를 사용합니다. 

직역하면 푸른 바위가 있는 땅, 한자를 알아도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푸른 바위가 있는 땅, 벽암지는 다름 아닌 절벽(絶壁)이나 낭떠러지를 지칭하는 어원을 알 수 없는 한자어 조합이라는 것이 법제처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법제처 관계자]
“이는 잘 쓰지 않는 한자어이고 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절벽이라는 표현으로 순화하는 것이 타당하고 저희가 국방부하고 협의를 해서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위험천만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 수당도 현실화하고 더불어 현실과 동떨어진 사전에도 없는 ‘그들만의 법령용어’ 정비도 꼭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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