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귀가하는 여성을 몰래 쫓아가 집안으로 침입하려 시도했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을 두고 일부 매스컴은 이를 스토킹 범죄라고 보도하였지만 스토킹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인 반복적 괴롭힘이 없고, 설사 스토킹 범죄로 인정하더라도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어 논의의 실익조차 없다. 경찰은 용의자를 주거침입 강간미수죄로 구속하여 조사 중이다.

한편, 가해자인 전 남편의 끊임없는 추적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마침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의 승용차에 위치정보 시스템을 몰래 장착하는 등 수년간 피해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녔고 거주지를 수차례 옮긴 피해자가 새벽에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 사건이 바로 스토킹 범죄의 전형적 사례이다. 만일 스토킹 처벌규정이 입법되어 있었다면 살인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토킹이란 타인에게 반복적 괴롭힘을 통하여 공포심과 불안감을 야기하는 행위로서, 예컨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편지·전화·팩스·컴퓨터통신·전자우편·선물·미행·감시·집과 직장 방문 등을 반복적으로 행함으로써 공포심과 불안감을 주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스토킹은 초기단계에서 저지하지 못하면 폭행, 납치,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의 스토킹 범죄 발생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표현된 스토킹의 처벌건수는 2014년 297건에서 2018년 544건으로 부쩍 늘었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를 감안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도 스토킹 범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데이트폭력 상담사례 중 스토킹을 당한 사례는 22.4%(57건)였고, 가정폭력 상담사례 중 스토킹을 당한 사례는 7.1%(46건)로 나타났다.

스토킹은 2013년에야, 그것도 경범죄처벌법에 처음 규정되었으므로 그 처벌은 대단히 미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토킹에 별도로 위협이나 무단침입 등의 행위가 추가되어 협박죄나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되지 않는 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에 의해 단지 8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스페인, 일본 등 각국은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여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검사나 법원의 개입 없이 현장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바로 경고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에는 금지명령을 내릴 수도 있으며, 만일 금지명령을 위반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영국은 현장 경찰이 가해자에게 3개월까지 접근금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6개월까지 가해자를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스토킹의 심각한 위험성에 비추어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의 피해를 전혀 막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관련법 제정으로 이어진 바는 없는 상황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중인 '경범죄처벌법'이 유일하고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일정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과료형을 부과할 수 있음에 그친다. 특이한 점은 이른바 사이버스토킹은 오래 전에 이미 입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회에는 1999년 '스토킹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2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계류 중인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 제고와 그에 따른 신속한 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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