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폐쇄병동 격리실, CCTV 담당 간호사가 점심 배식하는 사이 환자가 사망했다

[의(醫)로운 법률]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막막합니다. 의료사고 관련 법률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정현석 변호사(법무법인 다우)가 의료법·약사법 등 의료관계 법률, 의료사고 유형별 대응방법 등을 생생한 현장 경험과 함께 '의(醫)로운 법률' 코너를 통해 설명해 드립니다. 정현석 변호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정현석 변호사
정현석 법무법인 다우 변호사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현병 환자 중 한 명이 다른 환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시설물을 걷어차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담당의는 해당 환자에게 격리실 입실 처방을 내렸으나, 해당 환자는 격리실에서 내보내 달라며 연신 방문을 걷어차고 벨을 누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담당 간호사는 격리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하였으나 그저 불만을 호소하는 행동일 뿐 별다른 의학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어 담당 간호사는 평소와 같이 환자들에게 점심식사를 배식하기 위해 간호사실을 나섰다. 그 즈음 격리실에 있던 환자는 격리실 내에 있는 과자를 급하게 입 안으로 집어넣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지 제자리에서 뛰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담당 간호사는 식사 배식을 위하여 이미 간호사실을 벗어난 상태였기에 환자의 이상행동을 인지할 수 없었다.

점심 배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담당 간호사가 격리실에 방문하여 해당 환자에게 점심식사 할 것을 권하였으나 환자는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담당 간호사는 즉시 하임리히법(기도 이물질 폐쇄 응급조치), 심폐소생술, 산소공급 등의 응급조치를 실시하였으나 환자는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환자의 사인을 이물질에 의한 기도 폐색으로 추정한 뒤 담당 간호사를 CCTV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적절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입건하였다. 다만 수사 진행 과정에서 회신된 부검 결과 당초 예상과 달리 환자의 사인이 이물질에 의한 기도 폐색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담당 간호사는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수익성과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 사이의 연관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담당 간호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만일 지속적으로 격리실 내 CCTV 영상을 관찰할 수 있는 인력이 있었다면 해당 환자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담당 간호사가 간호사실을 비웠던 이유는 병원의 업무 프로토콜에 따라 다른 환자들에게 점심식사 배식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러한 업무 프로토콜에 의하면 식사 배식시간에는 항상 격리실 CCTV 관찰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사건은 이와 같이 잠재되어 있던 위험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고용하여 식사 배식 중에도 CCTV를 관찰하도록 하면 될 것인데, 해당 의료기관이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의료기관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이유에서였음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러한 바람은 의회의 입법활동과 정부의 정책 입안을 통하여 ‘의료수가 인하’ 또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의 모습으로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서도 재무 건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인 바, 비록 공익적 정책이라 하더라도 자칫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과도하게 옥죌 경우 의료기관은 의료인력의 양적·질적 수준을 낮춤으로써 운영비용절감을 위한 조치를 실시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관련 정책 입안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보건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 시작했던 ‘의료비용 절감’이라는 화두가 때로는 의료사고 가능성을 증가시킴으로써 보건의료 수준을 저해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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