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법, 위험에 처한 사람 구조 의무
우리나라엔 착한 사마리아인 법 조항 아직 없어
일정한 의무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유기죄' 성립

[법률방송뉴스=전혜원 앵커] 얼마 전 동생이 새벽에 술집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CCTV를 보니 동생의 술집 주인을 포함해 서너 명의 사람들이 동생이 맞는 걸 가만히 계속 보고만 있더라고요. 동생은 이 사건으로 어쩌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폭행 상황을 그저 보고만 있었던 사람들이 더더욱 용서가 안 되는데요. 술집 주인이라도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시 상황을 보고만 있던 사람들을 고소할 수는 없을까요.

어휴, 정말 걱정이 되실 것 같습니다. 동생께서도 묻지마 폭행을 당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습니까. 이 상황을 보고만 있던 사람들 일일이 또 찾아내셔야 하긴 하겠지만 고소할 수는 있겠습니까?

[박민성 변호사] 아,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보통 이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외국에는 본인이 특별한 위험에 빠지지 않더라도 주변에 위험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는 경우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적으로 이와 같은 규정을 하는 법률은 없습니다. 다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항으로 개정을 해서 간접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에 대해 민사책임이나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사망의 경우 감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적용이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술집 주인에게는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부분은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황미옥 변호사] 이 사안에 딱 맞는 상황은 아니지만 굉장히 유사한 사안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잠깐 말씀을 드리면 12월 31일에 한 손님이 술집으로 와서 술을 시킵니다.

12월 31일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모이는 자리인데 그날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무려 3일 동안 양주와 맥주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 반복적으로 술만 먹어서 결국 1월 3일 신정이 끝나고 한 사람이 사망합니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파에서 술을 마시는데 그동안에 술집 주인은 그 광경을 그냥 보고 같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그냥 방치해버립니다. 이 사안에 대해 법원 입장에서는 이 술집 주인을 어떻게 처벌을 할 것인가 굉장히 고민이었습니다.

이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유기치사죄입니다. 유기죄를 다들 아실 텐데, 유기죄라는 것은 누군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손을 떼버렸다는 것에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술집 주인이 술집에 들어온 손님을 왜 보호해야 하는가. 무슨 부부 사이도 아니고.

그거에 대한 법원의 고민이 있었는데 이것에서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를 '술집 주인과 술집에 들어온 손님 사이에서도 계약상 보호의무는 있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유기치사를 인정했습니다. 유기죄로 인정해 아마 이 사안이 큰 참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상황 좀 이상합니다. CCTV를 봤더니 동생은 계속 세 네 명으로부터 맞고 있는데 손님이야 그렇다 치지만 술집 주인도 계속 팔짱 끼고 앉아서 보고 있었다는 것은 좀 과합니다. 과하다고 생각이 들어 아까 말씀드렸던 그 판례가 큰 참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술집 주인이라면 최소한 경찰을 부른다거나, 아니면 주변인을 동원해 말리는 정도로 손님을 보호했었어야 합니다. 따라서 법원의 입장에 따른다면 이 술집 주인은 손님을 보호할 의무를 최소한으로 이행하지 않았던 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때에는 유기죄 정도는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이렇게 사연 보내주신 분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동생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더 이렇게 화가 나신 것 같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PC방 사건, 아마 다들 기억하실 텐데 사건 현장에 범인의 동생도 있었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요.

그런가 하면 취객 두 명 중 한 명이 식당 여주인을 무참히 폭행하는 현장에서 폭행을 말리지 않았던 일행에게도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었습니다.

일단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말리지 않고 지켜본 일행이 있었다면 이 일행은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 변호사님.

[박민성 변호사] 네. 앞서 말씀을 하셨던 것처럼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서상으로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법 제18조에 보면 '부작위범'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 발생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대해 책임이 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면 일행이 가만히 있는 건데, 가만히 있는 것으로 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지 그것부터 따져봐야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안에서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고, 법령상 의무가 있을 수 있고, 계약상 의무가 있을 수 있고, 도리상 의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것에 대해 판례의 입장을 보면 기밀한 공동관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족적 관계, 긴밀한 공동관계라든지, 조리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관계가 있는데요.

근데 여기서 긴밀한 공동관계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게 들어가면 신뢰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에베레스트 산을 등산하기 위해 같이 팀을 꾸려 30일 동안 간다고 한다면 한 사람의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위기에 처하면 구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방치하면 그 분의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처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가지고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판례의 입장에서는 '그런 의무는 없다'라는 부분을 그런 신뢰관계까지는 없다고 판결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 있어 조금 더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그런 의무를 인정해 조금 더 불상사를 방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일행도 폭행을 말리다가 쌍방폭행으로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점도 남아 있습니다.

[앵커] 굉장히 복잡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관죄는 없어도 방조죄는 있습니다. 방조죄는 어떤 경우에 적용이 돨까요?

[황미옥 변호사] 일상생활에서 '너 방조' 라는 이야기를 잘하시는데, 이런 겁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누굴 때리고 있는데 그걸 돕진 않습니다.

같이 한대를 거들거나 하진 않지만 슬며시 가서 문을 닫아서 아무도 못 들어 오게 해준다거나, 아니면 옆에서 말로 응원을 하거나, 정신적 또는 물리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겁니다.

사실 정범에 대한 수사가 잘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방조까지 입건을 해주는 경우가 적은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그런데, 엄연히 용이하게 하는 행위 그 자체도 처벌이 맞긴 맞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방조죄도 알아봤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시는 폭행을 말리는 과정에서 본인이 휘말리고 경우도 있고,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해주셨습니다. 정당방위 인정될까요?

[박민성 변호사] 정당방위라고 하는 것을 많이 들어보셨을 때,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해 위험한 침해가 있을 때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데, 그 방어하기 위한 부분이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때리는데 내가 칼로 한다거나, 주먹으로 하는데 몽둥이로 하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습니다. 때리고 있는 것을 말리려고 하다가 이 사람을 때린다고 하는 것은 쌍방폭행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상대방에서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때리는데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을 긁어 나를 한 대라도 더 때리도록, 그렇다면 경찰서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실무적으로 쌍방폭행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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