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과 자동차 정기검사 항목 선팅 삭제가 초래한 '나비효과'

[법률방송뉴스] 해외 교통 선진국들은 불법 선팅에 대해 차량 압류와 구속까지 가능하게 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 어제(25일) 보도해 드렸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불법 선팅이 만연한 불법 선팅 천국이 되었을까요.

'선팅, 이제는 바꾸자', 오늘(26일)은 카드뉴스로 우리나라 선팅 규제 변천사를 전해드립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1995년 7월 1일, 자동차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도로교통법에 ‘자동차 선팅 규제‘ 조항이 도입됩니다.

도로교통법 제48조 ‘운전자의 준수사항’이 그것입니다.

“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을 지나치게 낮게 해서 10m 거리에서 차안에 승차한 사람을 명확히 식별할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정기검사 항목에 선팅을 추가합니다. 선팅 규제와 단속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모호하기 그지 없는 ‘10m 거리’에서 탑승자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

“나는 보이는데 왜 너는 안 보이냐”는 식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그러나 정부는 한 번 잘못 시작한 선팅 규제를 제대로 바로잡기는 커녕 더 큰 ‘헛발질’을 합니다.

‘10m 거리 식별 가능’이라는 주관적이고 자의적 기준이 아닌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대신 “자동차 검사 항목에서 선팅을 빼겠다”는 악수를 둔 겁니다.

정기검사 항목에서 선팅을 삭제한 명분은 ‘규제 완화’였습니다.

이후 조폭이나 정치인 등 힘 꽤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시커먼 선팅을 너도나도 따라 하게 되고 급기야 전 국민의 ‘조폭 차량화’가 진행됩니다.

"1990년대엔 짙은 선팅을 한 차량이 100대 중 1~2대에 불과했지만 선팅이 검사 항목에서 제외된 후 짙은 선팅 차량 폭증했다"는 것이 조경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입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객관적 기준을 마련합니다.

지난 2005년 ‘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앞면 창유리는 70%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과 뒷면 창유리는 40% 미만은 불법이라는 규정의 도로교통법 조항을 만든 겁니다.

객관적 기준은 마련했지만 선팅 규제에 대한 ‘딴지’는 계속됩니다.

“선팅과 교통사고는 연관성이 낮다. 규제 필요성이 없다“, “불법 선팅 차량 단속하고 제거하는데 막대한 비용만 든다”는 식의 제동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짙은 선팅이 안전사고와 별 연관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걸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도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이 있고 교통안전에 도움이 되니 해당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결론입니다.

결국 지난 2008년 우여곡절 끝에 뒷면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 조항은 삭제되고 앞면 창유리는 투과율 70% 이상,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는 40% 이상으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헛발질과 딴지가 겹쳐지며 불법 선팅이라는 버스는 이미 떠났고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10m 거리 식별 가능’과 ‘자동차 정기검사 항목 삭제’라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만들어낸 전 국민의 불법 선팅 차량화라는 결과.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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