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몇천원짜리 '화투' 하다 도박 혐의 벌금 30만원 약식기소
동네 노인들과 심심풀이 놀이... 정식재판 청구, 무죄 판결 받아내
간첩 조작 사건으로 옥살이, 70세 넘어서야 재심 통해 무죄 판결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오늘(31일)은 ‘도박’과 ‘공권력’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사연인가요.

[기자] 네, 이른바 고스톱 룰이 지방마다 동네마다 다르다고 하는데요. 제주에는 화투 47장을 가지고 하는 속칭 ‘뽕’이라고 하는 화투가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80세 허모씨가 지난해 3월 제주시내의 한 공원에서 동네 노인들과 이 ‘뽕’을 하다 ‘도박죄’로 입건돼 벌금 30만원의 약식기소를 받은 사안입니다.

[앵커] 벌금 30만원 약속기소면 판돈이 그렇게 컸던 건 아닌가 보네요.

[기자] 사람마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얼마를 크다 작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한 판에 왔다 갔다 한 판돈은 몇천원 정도에 불과한, 어떻게 보면 ‘도박’이라고 하기는 좀 미약한 수준의 화투였던 건 맞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떻게 약식기소지만 기소가 된 건가요.

[기자] 네. 경찰은 판돈의 규모를 99만원으로 보고 도박 혐의로 입건을 했고,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한 건데요.

사건 당일 약식기소된 허씨는 현금 67만원을, 다른 3명의 사람들은 각각 3만7천원, 7만9천원, 20만3천원 등 모두 더하면 99만원쯤 되는데요. 이 현금 전부를 다 판돈으로 보고 기소한 겁니다.

이에 허씨는 "하필 그날 며느리가 준 용돈 50만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수사기관에서 모두 도박자금으로 봤다, 그저 지인들과 소일거리로 같이 마실 막걸리 값이나 모아 볼 요량으로 재미삼아 한 건데 억울하다"며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한 사안입니다.

[앵커] 재판은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공단은 벌금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에서 화투를 한 장소가 공원으로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인 점, 돈을 딸 목적이 아닌 이긴 사람이 술값을 내기로 재미로 한 점 등을 강조하면서 도박이 아닌 그저 놀이에 불과했다고 주장했고요.

재판부도 이런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도박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사건인데 이 사건을 소개해 준 다른 이유가 더 있나요.

[기자] 네, 사건 자체보다는 도박죄 벌금 30만원 약식기소 명령을 받은 이 허씨가 공단을 찾아가 정식 소송을 낸 이유와 배경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소송을 수행한 법률구조공단 제주지부 현정빈 공익법무관에 따르면 허씨는 젊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죄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간첩 조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70살 넘어서야 겨우 재심으로 무죄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에 허씨는 벌금 30만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찾아왔다며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법률구조공단도 그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법률구조에 나섰고 좋은 결과가 나왔고 할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하시는데 대해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고 현정빈 공익법무관은 법률방송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정말 와 닿는 말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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