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기춘, 박 전 대통령 보고시간 인지하고도 국회에 허위 문서"
"김장수, 박 전 대통령과 최초 통화 시간 허위 작성... 기억의 한계"
"김관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무단 변경 가담할 이유 없어"

[법률방송뉴스]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청와대 3실장 가운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는 유죄가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1심 유무죄가 갈린 판결 사유 알아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보고 시간을 조작한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일단 세월호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대통령이 사고 당일 보고를 정말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받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언제 처음 보고 받았고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등은 비서실장이던 피고인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이를 모두 고려하면 비난받을 것을 의식해 국회에 허위 내용이 포함된 서면 답변을 제출했고 피고인도 그런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범행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하고자 한 것으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김 전 실장을 향한 질타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고령이고 이미 다른 범행들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재판을 받고 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 22분 첫 서면보고를 받았는데도 10시 15분부터 통화를 했다고 거짓으로 청와대 상황일지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자신의 분 단위 행적을 일일이 밝히지 못하더라도 이는 기억의 한계일 수 있다. 최초로 이뤄진 10시 15분 통화가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알려줬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원본을 훼손하고 이를 불법 변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김관진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 책임자로 있는 동안 위법한 방법으로 위기관리 지침 일부가 수정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세월호 사고 당시 국가안보실에 근무하지 않아 사고 책임론에서 비껴 있던 김관진 전 실장이 굳이 범죄에 무리하게 가담할 이유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용서류 손상을 알면서도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범행에 나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선 집행유예가,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상식도 없고 양심도 없는 재판”이라고 판결 결과를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김기준 전 비서실장은 상체를 숙인채 눈을 감고 있었고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은 몸을 돌려 선고내용을 들었다고 합니다.

한 건의 집행유예와 두 건의 무죄. “입증이 부족하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 무죄 판결 사유. 애초 검찰이 여론에 등 떠밀려 이른바 ‘깜’이 안 되는 걸 기소한 건지, 아니면 깜은 되는데 부실하게 수사해 기소한 건지, 아니면 유족들 표현처럼 재판부가 상식이 없는 건지.

어떤 경우든 참 씁쓸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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