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사망 추정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 모자의 집 현관이 굳게 잠겨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사망 추정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 모자의 집 현관이 굳게 잠겨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최근 북한이탈주민 한모씨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스템 문제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던 관할 주민센터는 한씨가 극단적인 빈곤 상황에 몰려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관악구청 담당 공무원은 지난 19일 법률방송뉴스와의 통화에서 "숨진 한씨가 직접 기초 수급을 신청하지 않았고, 아동수당 신청만 했다. 올해 1월에 협의 이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부모가정에도 해당되고 기초수급자에도 해당되는데 왜 신청을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또 "아동수당은 당시 소득에 따른 지급 기준이 있어서 소득 하위 80% 이하는 자동으로 프로그램에서 '적격자'라고 뜨기 때문에 굳이 소득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며 업무상 실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당시 한씨는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한 이후 계좌를 바꾸기 위해 다시 한 번 주민센터를 찾아갔고, 해당 계좌에 한씨의 소득인정액이 0원에 가깝단 사실을 담당 직원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제도나 긴급복지 등의 제도에 대한 안내를 해줬어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지적이다.

복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되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주민센터 직원들이 전산 시스템 문제 탓을 하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언론사에서 거듭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며 "주민센터 측에 직접 사실관계에 입각해 설명할 것을 당부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담당 공무원의 복지제도 안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후 20일 관악구청 담당 공무원은 통화에서 "두번째 방문 당시 계좌변경 신청을 할때 소득인정액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 아동수당이 도입되고 업무량이 폭증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계좌변경 신청에만 포커스를 맞춰 그 부분은 미처 보지 못했다"며 업무상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한씨가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으나 중국 국적인 남편과의 이혼 확인서를 받아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증언에 대해 관악구청 측은 한씨의 경우 아동수당에 대해서는 입력되어 있지만 기초수급자에 대해서는 입력되어 있는 것이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공무원 징계절차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대주택에서 공과금 체납자들을 추출해 140명 정도의 체납자들과 북한일탈주민들을 추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탈북 모자의 사망 이후 대책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복지정보기획과 관계자는 "2015년 12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국관리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며 "탈북 모자 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으로 입수되지 않는 저소득층 거주 공동주택 월세·관리비 장기체납(3개월 이상) 가구에 대해서 실태조사에 들어가고, 추가적인 복지급여·서비스를 안내, 신청하도록 하는 등 민관 협력으로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줄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복지멤버십'(가칭) 도입을 2022년 4월에서 2021년 9월로 앞당기기로 하고 이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 번만 멤버십에 가입하면 일일이 신청하지 않아도 대상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자동 안내하거나 공무원이 직권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가 원론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안만을 내놓은채 당장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보호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해갈 뿐이었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제도에 장벽이 있다. 이런것들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시스템이나 전산망을 강화해서 발굴한다해도 사건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 잘못됐거나 제도가 없거나 체계가 안잡힌건 아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인지가 있어야하는데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료를 요청한다거나 포기를 유도하는 과정들이 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의 가림막이 먼저 근본적으로 해결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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