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불륜 관계는 민법상 불법 행위... 공무원 지위와 관련 없어"

[법률방송뉴스]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경호하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직장 내에서 수년간 불륜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에 청와대가 해당 불륜 직원을 해임하자 이에 불복한 직원이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2000년부터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한 A씨는 같은 근무지에서 일하는 B씨와 2015년 3월부터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 

A씨는 B씨의 배우자에게 불륜 관계가 들통 나 2018년 1월 위자료 1천500만원까지 지급하고도 불륜 관계를 끊지 못하고 같은 해 7월까지 불륜 행각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청와대는 2018년 7월 대통령 경호처 고등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불륜 관계를 유지해 공무원의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청와대 경호처의 해임징계 사유입니다. 

이에 불복해 A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 당하자 대통령 경호처장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비록 불륜 관계로 나아갔더라도 직무 수행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니고 불륜 관계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불륜을 저지르긴 했지만 일을 게을리 하거나 업무에 지장을 준 건 아닌데 해임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는 주장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 장낙원 부장판사는 오늘 A씨 주장을 받아들여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행위는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여전히 징계사유에 해당하나, 해임 처분은 원고의 비위 행위에 비해 균형을 잃을 만큼 지나치게 무겁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A씨는 불륜 관계에도 불구하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 높은 직무 평가를 받았고, 많은 동료들이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그의 비위 행위가 직무 및 근무지 공직기강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해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 중 하나로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원고가 18년간 달리 징계처분 없이 수차례 기관장 표창을 받는 등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봉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 경호처가 징계사유로 든 ‘성실의무’ 위반에 대해서 "불륜 관계는 민법상 불법 행위로 A씨가 공무원으로서 보유한 지위와 관련 없는 법령과 법률관계에 해당한다“며 "불륜을 저질렀다고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 징계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오늘 판결은 불륜이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엔 해당하지만 불륜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근무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직무평가를 받았다면 성실의무 위반으로 공무원을 해임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직장 내 불륜은 불륜이고 업무 능력은 능력이다. 바람은 바람이고 일은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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