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5년간 법정 다툼 손해배상 승소

▲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의 홍종선입니다. 주변에서는 다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 혼자만 재미 없게 본 경우, 혹은 그 반대로 나는 재미있다는데 다들 별로라는 경우, 겪어 보셨나요.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아, 내가 영화 보는 눈이 잘못 됐나. 기자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싶은 요즘인데요.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아는 직업인이 되고 싶은 건 감독이나 기자 모두, 또 영화 만들고 배급하는 이들, 다 같을 텐데요. 이분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영화 전문기자 뺨치는 변호사죠. 허윤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 볼게요. 어서 오세요. 네. 영화 소개해주시죠.

▲허윤 변호사= ‘건축학개론’의 조정석과 ‘공조’의 임윤아가 만났습니다. 코미디로 풀어낸 재난영화 ‘엑시트’입니다.

▲홍종선 기자= 궁금해요.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허윤 변호사= 영화를 조금 불편하지만 재미있게 봤는데요. 이게 사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황 자체가 재난과 관련된 상황이거든요. 가스 테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리고 도시가 마비되고 한마디로 난리가 난 상황입니다.

근데 이게 장면장면 마다 절묘하게 코미디적인 요소를 섞어 놓았고, 또 그 코드 자체가 저와 맞아서 그런지 재난은 보통 테러물이나, 액션, 스릴러로 나오는데 재난영화라는 한계 내에서 본인이 코미디적인 요소를 섞어 적절하게 버무리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스 자체가 재난이다 보니 재미있지만 약간 불편했던, 그런 영화 인 것 같습니다.

▲홍종선 기자= 이 영화에 미덕이 많습니다. “재미있다” 말고 또 다른 포인트를 좀 짚어 주시면요.

▲허윤 변호사= 일단, 등장인물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 재난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블록포스트 영화를 보면 전직 군인, 아니면 경찰, 소방관, 이런 사람들이 자신이 예전에 했었던 업무를 기억해내면서 재난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는, 그리고 실제로 재난을 초래했던 악당을 잡는다거나 이런 여러 스토리들이 버무려질 텐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전직 학생, 그리고 현직 무직인 백수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 암벽등반에 관한 여러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너무나 열심히 한 나머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소품들, 예를 들면 테이프라든지, 쓰레기봉투라든지를 이용해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이 재난상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등장인물이 좀 다르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홍종선 기자= 재미있게 보신 것 같은데 혹시 단점은 못 보셨어요?

▲허윤 변호사= 영화의 스토리상 개연성 이야기를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첫 번째 구조헬기가 도착했던 그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구조헬기가 내렸을 때 한정된 인원만 탈 수 있고, 조정석은 자기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먼저 타도록 양보를 하고 윤아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근무하는 곳에 온 손님이기 때문에 당연히 손님을 태워드려야 하는 거고요. 그렇다 보니 조정석과 윤아가 남았는데 여기까지는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헬기가 떠나자 윤아가 뒤돌아 서서 울먹울먹 거립니다. 나도 타고 싶었는데 저거 안타면 어떻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엄청나게 웃는 사람도 있었고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했으니까요.

그런데 두 번째 구조헬기 장면이 나옵니다. 조정석과 윤아가 무지하게 달려서 건물을 건너뛰고 지붕을 타서 어떤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구조헬기가 이제 그들을 봤어요. 그런 상황에서 옆 건물을 보니 거기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거든요. 자기들한테 다가오는 구조헬기를 마다하는 거죠.

마다하면서 저 학생들한테 가라고 회살표까지 만들어서 보내주는데 사실 건물에 그 학생들만 남아 있었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요. 그리고 구조헬기가 그 학생들을 한번에 알아차렸다는 것도 의문이고, 그리고 그 전 장면에서 윤아가 그렇게 슬퍼했는데 본인이 구조를 못 받아서요.

안 돼서 슬퍼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미련 없이 깨끗하게 자신의 구조 기회를 포기했다는 그것도 사실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홍종선 기자= 자, 영화를 보면 긴급재난 문자가 오잖아요. 근데 사실 이미 위기가 다 닥쳤는데 한참 뒤에 문자가 오거든요. 이거 뭔가 좀 누가 책임을 져야 하고 이 책임자는 처벌 받게 될까요?

▲허윤 변호사=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죠.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은 재난상황에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요. 응급조치라는 것은 예를 들면 보수를 한다거나 도로를 정리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될 수도 있지만 문자, 경보를 하는 것도 응급조치 중의 하나입니다.

만약 이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되는 것이고 심할 경우에는 손해배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그래요? 그럼 손해배상 소송하면 하면 국가가 배상해준다는 얘기잖아요?

▲허윤 변호사= 예. 국가가 배상을 해줍니다.
 
▲홍종선 기자= 이렇게 실제로 배상이 된 경우가 있었을까요?

▲허윤 변호사= 예. 아시는 사건일 텐데, 2011년에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때 동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로에 차가 가던 중에 산사태가 일어났고, 앞차부터 쫙 쓸려나가죠.

그러면서 1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수십 명의 사상자, 그리고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산림청이나 서울시 같은 상급기관들은 서초구에 산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 서초구 담당자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을 못한 거죠.

그랬기 때문에 경보가 안 나갔고, 그 경보를 받지 못한 운전자들이 졸지에 산사태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더 참 안타까운 점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이 무려 5년에 걸쳐 진행이 됐다는 겁니다. 이 피해자들은 5년 동안 국가를 상대로 굉장히 힘겹게 싸움을 했고요.

결국 보상을 받기는 했으나 사실 세금을 내는 시민의 입장에서 그 공무원이 자기의 직분을 지키기 않아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 내가 경보를 못 받고 그로 인해 인명손실이 발생했는데 그걸 5년 동안 다퉈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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