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원조 친노 측근
고 강금원 회장 운영 골프장서 고문료 명목으로 억대 금품 수수
송인배 변호인 "정치자금 아닌 생활비, 정치자금법 위반 아냐"
검찰 "생활비로 받았더라도 정치활동과 결합했다면 정치자금"

[법률방송뉴스] “고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정치자금 용도로 받은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받아 쓴 돈이어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변호인이 오늘(4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송인배 전 비서관은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 고 강금원 회장이 운영했던 충북 충주 시그너스 컨트리클럽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기간 송 전 비서관은 급여, 차량유지비 등 명목으로 2억9천200만원을 수수했고 검찰은 이 돈 전부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송 전 비서관 측은 “이 사건 자금은 시그너스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받은 정당한 대가일 뿐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그러나 송 전 비서관 측 주장을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받은 돈 가운데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지난 금액을 제외한 2억4천519만원 추징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송 전 비서관이 골프장 고문 위촉 당시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통상의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채용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판결입니다.

송 전 비서관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7년동안 경남 양산시에서 19·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내릴 출마하며 후보자 출정식, 출판 기념회 등 ‘정치활동’을 했음도 판결에 감안됐습니다.

오늘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송 전 비서관 변호인은 ‘고문 활동을 하고 받은 정당한 대가’라는 기존 주장에 받은 돈을 전부 다 생활비로 썼다고 거꾸초 치고 나왔습니다.

변호인은 먼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있던 분’으로 지칭해 "고 강금원 회장이 피고인이 모시고 있던 분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서 피고인이 직업도 수입도 없어 당장 생계가 막막해서 골프장 고문직을 맡겼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돈을 준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고문료를 정치 활동에 쓴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문료는 대부분 생활비로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전제 위에 변호인은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될 것이 명백히 예상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송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비서관을 지낸 원조 친노 측근입니다. DJ 정부시절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할 때는 장관실 사무관으로 따라 들어가 보좌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엔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사회조정2비서관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끝까지 임기를 같이한 이른바 ‘순장조’였습니다.

이후 정권을 넘겨주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송 전 비서관은 변호인 표현대로 “직업도, 수입도 없어 생계가 막막한” 야인으로 지냈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이었던 고 강금원 회장이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고문 직함을 주고 생활비를 챙겨줬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후 송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동선을 함께하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거쳐 정무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가 정치자금법 기소에 발목을 잡힌 신세가 됐습니다.

일단 정치자금법 제2조 기본원칙 ③항은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받은 돈이 정치자금임을 전제로 한 조항입니다.

송 전 비서관 변호인은 이 조항을 거꾸로 비틀어 ‘애초 정치자금을 받은 게 아니어서 사적 경비로 지출한 게 당연한 거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이 돈이 모두 생계비로 사용됐다면 죄가 안 된다는 것에 검찰은 동의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검찰은 이에 “생활비 성격으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치활동과 불가분적으로 결합했다면 수수한 돈 전체가 정치자금”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변호인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은 돈을 받을 때 범죄가 완성되는데 범행 후 생계비로 사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실제 정치 목적을 위해 돈을 받았는지가 중요한데 어떤 형태로 돈을 받았고 어떻게 쓰였는지는 중요한 정황 사실“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재판부는 향후 해당 쟁점을 두고 양측 주장을 중요하게 심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정치인에게 생활비와 정치활동비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검찰과 ‘생활비로 받은 돈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건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는 변호인.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현직 국회의원과 달리 평소 정치자금을 모을 방법 자체가 차단되고 이른바 ‘전업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동산 등 보유자산에 의한 고정수입이 없는 한 불가능한 점을 참작했다.”

송 전 비서관에 대해 정치자금법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징역형 집행은 유예한 1심 재판부가 밝힌 양형사유입니다.

항소심 판결이 어떻게 나든 돈 없으면 정치하기도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을 좀 평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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