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에서 방문교수 생활을 하다보니, 매일 학교까지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면서 또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곳 사람들의 철저한 교통질서 준수 장면을 목격하곤 그 법 준수 의식에 놀라곤 한다.

스톱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 가운데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슬쩍 그냥 가거나 우회전하는 운전자를 본 적이 없고, 만일 사거리 모두에 스톱사인이 있으면 1초라도 먼저 도착한 차량이 순서대로 먼저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자동차는 마치 모두 클랙슨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경적 누르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이러한 교통질서 준수는 도로가 아니라도 쇼핑센터 등의 주차장 같은 곳에서도 정확히 지켜지고 있다. 누가 지켜보지 않는데도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것일까.

최근 장기간의 미국 서부여행을 하면서 많은 주 사람들의 법질서, 특히 교통질서의 일반적인 준수 현황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역시 교통질서가 정확히 지켜지고 있었지만, 예컨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예외였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대체로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었고, 아울러 누군가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면 반드시 양보하여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위협적으로 못 들어오게 클랙슨을 울리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각종 금지사항을 적은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불법쓰레기 투기는 최소 벌금 1천 달러, 과속도 그 이상 부과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도로작업 중인 곳을 지날 때 위반하면 벌금이 2배로 가산되며, 도로 중간중간에 경찰이 속도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어서 과속에 특히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걸리면 100만원 이상 벌금을 물어야 하니 결국 이들의 교통질서는 엄청난 금액의 벌금 때문에 준수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통질서 준수 의식이 미국 사람들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다만, 이들은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반드시 질서를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만큼은 사실이라는 뜻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처럼 CCTV가 많이 설치된 나라도 별로 없다. 상당한 경우에 ‘자율적으로’ 법 준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사 한번 한 셈 치면 된다는 정도의 소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미국에서 기초질서를 준수하게 된 비결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우리도 그대로 적용하여 법을 개정하면 기초 법질서 준수 레벨은 크게 상승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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