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고 위험에서 원청 및 협력업체 근로자 보호 위한 것... 휴업수당 지급해야"

[법률방송뉴스] 작업장에서 큰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청업체들도 당연히 따라서 일을 못하게 될 텐데요. 이 경우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할까요. 안 줘도 될까요. ‘앵커 브리핑’, ‘귀책사유’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약 한 달 가량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선체 도장 공사 하청업체 대표인 57살 강모씨도 노동부 조치에 따라 5월 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휴업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씨는 휴업수당 일부만 지급했을 뿐 근로자 50명에게 줘야 할 휴업수당 9천747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에서 강씨 변호인은 “원청인 삼성중공업 귀책사유로 휴업한 것이니만큼 하청업체인 자신은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귀책사유’(歸責事由). 사전적으론 ‘책임이 돌아가는 사유’라는 뜻입니다. 법률적으론 법률상 불이익이나 책임 따위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주관적 요건을 말합니다.

귀책사유가 있으려면 행위자에게 ‘의사능력’ 또는 ‘책임능력’이 있어야 하며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태풍, 홍수 등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일은 귀책사유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작업장에서 일을 하던 근로자가 벼락을 맞아 숨졌더라도 사용자에 귀책사유를 물어 근로자가 벼락 맞은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재판에선 크레인 충돌 사고로 인한 휴업 명령이 휴업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태에 해당하는지, 그 귀책사유가 하청업체에도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강씨 측은 원청인 삼성중공업이 휴업 명령을 받아 불가피하게 휴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휴업을 불러온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귀책사유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1·2심 재판부는 하지만 강씨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삼성중공업 작업중지 명령은 유사사고 위험으로부터 원청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것으로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 휴업해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일단 크레인 충돌 사고로 인한 휴업 명령은 태풍이나 지진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휴업을 한 게 아니고, 하청업체 책임으로 난 사고가 아니더라도 휴업 자체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대법원(3부 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오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하청업체 대표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청 잘못으로 휴업 명령을 받아 일을 못하게 된 것도 속상한데 거액의 휴업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정 취지가 근로자 보호에 있고 그 취지에 따라 근로자 보호 목적의 휴업은 경위를 떠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결이니 순리에 따라 지급 안 한 휴업수당이 있다면 지급하는 게 어떤가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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