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고의를 갖고 범행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법률방송뉴스]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다 쓰러진 지인을 승용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했습니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반면 2심은 살인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66살 유모씨는 지난 2017년 12월 30일 새벽 3시 40분쯤 전남 여수의 한 공원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당시 62살 A씨와 노래방을 가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유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130%의 만취상태였는데 왜 쓰러졌는지 어떤 경위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원에 쓰러진 A씨를 자동차를 후진해 두 차례 밟고 넘어갔습니다.

차에 밟힌 채 공원에 방치됐던 A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현장에선 부러진 유씨의 안경이 발견됐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유씨에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은 유씨가 A씨를 두 차례 밟고 넘어간 점을 고려해 살인 혐의를 더해 구속기소했습니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유가족이 받은 고통이 큰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피해자는 2시간 이상 중상을 입은 채 노상에 방치돼 있다가 죽음에 이르렀다. 유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는 등 심리상태가 불안정했던 점은 있으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하지만 2심은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선 범행한 것으로 보기 충분할 만큼 압도적인 증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1심을 깨고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씨와 숨진 A씨가 평소 막역한 사이였던 점, 유씨 안경이 부러져 있었으나 국과수 부검 결과 몸싸움 흔적이 기재돼 있지 않은 점, 만취한 유씨가 공원에 차량을 그냥 놓고 간 점 등을 감안한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A씨 체격이 유씨보다 건장하고 술도 덜 취해 있던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하던 중 불과 6분 만에 만취한 유씨가 A씨를 일방적으로 때려눕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유씨가 현장을 이탈하며 피해자를 옮기거나 숨기지 않고 부러진 안경다리를 치우지도 않았으며, 범행에 쓰인 차량도 시동과 비상등을 켠 채 주차장에 방치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살인 고의를 갖고 범행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은 다만 유씨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해 사망사고를 낸데 대해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2부 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2심 판단이 옳다”며 2심 징역 1년 2개월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앞뒤를 보니 술에 만취해 유씨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후진하면서 차로 사람을 뒷바퀴 앞바퀴로 다 밟고 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A씨는 왜 공원 바닥에 갑자기 쓰러져 변을 당한 것인지. 유족들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하게 전후사정이 소상히 밝혀지길 바라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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