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학적 성격 있다거나 발언 수위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 높다고 볼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여고생들에게 “이렇게 교복 단추 풀고 다니면 남자친구가 좋아하니‘ 등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교사들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판결 사유 알아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 47살 A씨와 50살 B씨라고 합니다.

A씨는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여학생의 교복 단추가 풀려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하고 다니면 남자 친구가 좋아하니'라고 말하거나 ‘나시티’가 속이 비친다는 이유로 '시스루'라고 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언어적 성희롱은 징계 사유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없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강제추행이나 성추행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에 A씨는 성폭력처벌 특별법이 아닌 여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다른 교사 B씨도 여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씨는 '여자애가 뒤에서 안았는데 느낌이 안났다', '대학교 때 여학생이 뒤에서 않았는데 가슴이 느껴지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에선 해당 발언이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 정재희 부장판사 정재희는 불쾌감을 주긴 했지만 정서적 학대에까진 이르지 않았다며 A씨와 B씨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정서적 학대행위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판단이 곤란하다. 반면 학생에 대한 훈육이나 지도 과정에서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언사는 학교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이를 무턱대로 정서적 학대행위로 의율할 경우 도의적 비난은 물론 형사책임 등까지 질 수 있는 만큼 적용에 매우 엄격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학생에게 방과 후 수업 중 '단추 문제'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수업 중에 이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발언이 있었는지조차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설령 해당 발언을 했더라도 가학적인 성격이 있다거나 발언의 수위가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도 "B씨의 발언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발언은 B씨가 주위를 환기시킬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특정인을 지칭해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특정학생에 대한 악의적 태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을 넘어서 피해자들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이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수준에 그치는 언행까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처벌할 경우 학생들에 대한 ‘훈육’이나 ‘지도’가 어려워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이를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순 없지만 모욕감이나 불쾌감, 성적 수치심을 안겼을 수는 있지만 ‘가학’이나, ‘정서적 학대’는 아니어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 상급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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