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유산 상속인들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 가능"

▲유재광 앵커= 임금을 체불한 업주가 사망을 했다면 밀린 임금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가요.

▲신새아 기자= 전북 김제의 한 개인병원 직원 10명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3년 만에 소송을 통해 받은 사연입니다. 직원들은 2015년 11월 이 병원 원장 이모씨가 숨졌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당시 이 병원 직원들은 몇 달 치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금액으로는 총 4천20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에 직원들은 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고 숨진 의사 이씨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임금을 못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이미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게 가능한가요.

▲기자= 일단 소송은 사망한 이씨를 상대로 냈다가 재판 과정에서 사망한 이씨에 대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이씨의 아내와 딸로 당사자를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이씨의 아내와 딸은 재판에 나타나지도 않는 등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요. 이에 1심 법원은 이를 자백으로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앵커= 굉장히 싱겁게 끝났는데 다른 얘기가 더 있겠죠.

▲기자= 네, 1심 재판이 허무하다면 허무하게 끝났지만 선고 후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씨의 아내와 딸이 항소를 한 건데요.

이유는 당시 직원들의 임금 청구 소송은 2017년 4월이었는데, 이씨의 가족들은 임금 소송 전 2016년 2월에 이미 상속포기결정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망한 사람의 재산도 빚도 다 포기했으니 직원들에게 숨진 병원 원장이 밀린 임금을 대신 줄 이유가 없다고 항변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사실 직원들 입장에선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요.

▲기자= 저대로라면 사실 이씨의 아내와 딸에게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황씨 등에게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반전이 생겼는데요.

황씨는 사망한 이씨의 계좌에 돈이 많이 남아있다는 정보를 듣고선 마지막 수단으로 해당 계좌에 대한 금융거래제출명령 신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이씨의 계좌에서 사망 이후 입출금 내역이 확인이 되는데요. 인출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보니 인출자는 자녀가 아니라 이씨의 형제들이었고요. 형제들이 상속받은 자산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겠다며 한정 상속 승인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그래서 공단은 다시 소송 당사자 피고를 이씨 형제들로 변경하고 항소심을 진행하게 됩니다.

▲앵커= 2심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기자= 일단 이씨 형제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소 제기 사실도 몰랐고, 1심 판결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항소인 지위를 취득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변론을 거부했는데요.

이에 공단은 "실질적 피고는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사망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사망자의 상속자이고, 이에 피고의 표시를 정정할 수 있다“면서 비슷한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해서 피고 변경에 대해 맞섰습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1순위 상속인들이 상속 포기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다시 진정한 상속인들로 당사자 표시정정하는 것이 허용된다“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처음 1심에서 가족들이 상속포기를 해서 막막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받게 돼서 다행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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