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제휴 마일리지 사용, 사업자간 현금거래... 부가세 부과 정당"
2심 "제휴 마일리지 자체는 금전적 가치 없어.. 부가세 부과 무효"

[법률방송뉴스] 물건을 사면 부가가치세를 내야합니다. 통상 물건값에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그런데 신용카드와 항공사 제휴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했다면 부가가치세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이런 제휴 마일리지 제도는 카드사 등이 고객의 거래실적을 항공사에 통보해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쌓이는 마일리지만큼의 돈(정산금)을 항공사에 미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한 경우 지금까지는 항공권 가격에 따라오는 부가가치세를 항공사 측이 지불해 왔다고 합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강서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일단 고객이 제휴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항공사에서는 적립해 둔 마일리지 계좌에서 이를 차감하되, 사용하지 않고 소멸하더라도 제휴 카드사 등에 정산금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재판 쟁점은 이런 제휴 마일리지의 성격을 무엇으로 보느냐였습다.

우선 부가가치세법과 대법원 판례 등은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사업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이른바 자기적립 마일리지를 이용해 소비자가 결제한 경우는 해당 금액을 일종의 에누리, 즉 깎아준 돈으로 봅니다.

따라서 물건을 새로 판 게 아니고 물건값을 단순히 깎아준 것에 불과해 부가세를 매기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며 직접 지급한 금액에 대해서만 부가세를 물리고, 에누리액은 과세에서 제외하는 법규와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쌓은 마일리지를 고객이 아시아나항공 비행권을 구입하는데 구 이용했다면 부과세 부과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자체 이용 마일리지가 아니라 카드회사 등 다른 사업자에게서 쌓은 마일리지를 가지고 아시아나항공 항공권 구입해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 과세당국은 마일리지를 적립한 사업자가 사용처에 이용금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소비자에 물건값을 깎아준 에누리가 아닌 사업자간 일종의 현금거래로 보고 부가세를 부과합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카드 사용에 따른 적립액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서 사용하는 제휴 마일리지에 대해서 ‘에누리액’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부과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 제휴 마일리지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 결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에누리액으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1심 재판부는 "지급 과정이 우회적이라 하더라도, 제휴사가 자신의 부담으로 고객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에 용역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행정5부(배광국 부장판사)는 1심을 뒤집고 아시아나항공 손을 들어줘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제휴사가 주는 정산금은 사업자간 별도로 체결된 계약에 터 잡아 지급된 것일 뿐, 아시아나항공이 고객에 용역을 공급해서 받은 것이 아니다"는 게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채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지나도 정산금을 제휴사에 반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용역 제공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제휴 마일리지는 고객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용할 때 곧바로 기능이 소멸하는 것일 뿐, 아시아나항공과 제휴사 사이에 정산의 단위로 가치를 유지하고 금전으로 상환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는 게 재판부 판결 내용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이는 제휴사가 고객에 약속한 할인 약정의 내용을 수치화해 표시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고객의 제휴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것은 할인약정의 이행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며 "제휴 마일리지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통상의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제휴 마일리지가 '금전적 대가'라 세금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깨고 직접 마일리지가 아닌 제휴 마일리지라 해도 직접 깎아 준 돈, 에누리액에 해당해 세금을 매길 수 없다고 판단을 바군 겁니다.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2012∼2017년 아시아나항공에 부과된 약 79억원의 부가세가 무효가 됩니다.

다 좋은데 복잡한 마일리지 적립 방식이나 사용법을 좀 더 소비자 친화적으로 쉽게 바꿀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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