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재개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국회 행안위 통과

2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제69주기 전국합동추모제'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진혼무'를 추고 있다. /유재광 기자

[법률방송뉴스] 지난 22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오늘(26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선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는 없다'를 주제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제69주기 전국합동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오늘 추모제를 진행한 한국전쟁 전국유족회는 축문에서 "일천만 유족은 세상이 두렵고 무서워서, 못 배우고 가난해서 , 먹고살기에 힘들어서, 내 자손들의 앞길을 막을까봐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왔다"며 한국전쟁을 전후해 무고하게 학살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했습니다.

1950년 7월 당시 26세의 아버지가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최동임씨는 유족 증언을 통해 "할아버지도 주변 어른들도 제 나이 2살 때 죽음을 당한 아버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을 숨겨왔다. 제 나이 6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학살당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최동임씨의 아버지는 1960년 7월 11일 충북 청원군 오창면 오창 양곡창고에서 후퇴하던 군인들에 민간인 수백명이 학살당한 '오창 양민 학살사건' 사건 피해자 유족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창임씨는 "아버지께서 죽음을 당한지 6년 후에 할머니와 어머니가 억울함과 홧병으로 돌아가셨다. 외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혹여 해가 될까봐 수십 년을 손녀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숨긴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어진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을 즉각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벌어졌던 반민주적·반인권적 폭력 사건들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재개를 골자로 하는 법안입니다. 지난 2010년 활동시한이 종료된 과거사 위원회는 관련 법률이 없어 10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습니다.

이에 추모제 참석자들은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유해 발굴 및 추모공원 조성,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추념일 제정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모사를 통해 "현재 대전시 동구 낭월동 일대에 추진 중인 전국 단위의 위령시설을 조속히 건립하여 유족의 상처를 위로하고 화해의 상징이자 안보와 인권, 평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진 장관은 이어 "과거사 위원회 진상조사를 통해 많은 집단희생 사건의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아직도 규명되지 못한 사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과거사 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추자적인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어 과거사 기본법을 처리한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도 "2010년을 끝으로 위원회가 해산되면서 발굴 작업이 중단되었다"며 "아직도 전국에는 150여 곳이 넘는 민간인 학살 암매장 지역이 발굴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과거사 기본법 처리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전국의 차디찬 땅 속에 묻힌 유해를 발굴하여 편히 모시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자 또한 과제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과거사 기본법이 행안위를 통과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 법안 체계와 자구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역사는 혼(魂)이요, 나라는 형(形)이다. 역사를 보존하는 것은 나라의 혼을 보존하는 것이다"

제1대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 체제에서 분열된 임시정부를 수습하기 위해 탄핵된 이승만을 대신해 임정 국무총리 겸 대통령 대리로 추대된 백암 박은식이 '한국통사'에서 남긴 말입니다. 한국통사의 '통'은 고통스러울 '통'(痛) 자입니다. 고통스러운 역사도 기억해야 할 역사의 일부이고, 고통스러워서 더 똑바로 정직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전쟁 기간 민간인 학살 등 '국가'라는 이름으로, 또는 국가를 '빙자'해 자행됐던 처참하고 비겁했던 국가폭력. 기억하기 싫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응시하며 기억해야 합니다. 기억하기 위해선 기록해야 하고 기록하기 위해선 알아야 합니다.

과거사 위원회 재가동을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 20대 국회 회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야의 대승적인 결단과 처리를 바라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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