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하실을 독립 공간으로 사용했더라도 공용부분이므로 시효취득 대상 될 수 없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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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아파트 지하실을 입주자 한 명이 20년 넘게 개인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 민법은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라도 20년 이상 소유할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시효취득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 지하실은 해당 입주민 소유로 인정될까요. 어떨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이모씨는 지난 1993년 A씨로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실 54.94㎡를 사들인 뒤 소유권등기를 이전해놓고 사무실과 에어로빅 연습장으로 이용해왔다고 합니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 당시 시공사가 별도로 독자 소유할 수 있는 '전유(專有)부분'이라고 등기를 해 놓았고 이후 몇 차례 매매 과정을 거쳐 이씨에게 최종 소유권이 넘어간 겁니다.

이씨가 매입한 지하실은 전체 지하실의 일부로 지하실은 경비실과 창고 등이 설치된 일종의 아파트 주민 공용 목적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이에 정모씨 등 아파트 주민 28명이 이씨를 상대로 공용부분인 지하실을 점유할 권한이 없다며 등기를 말소하고 불법점유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지하실은 주민들이 공유하는 부분인데 전유부분이라고 소유권을 등기한 것은 위법한 등기이므로 애초부터 무효이고, 따라서 B씨에게로 이전된 소유권도 무효"라는 게 소송을 낸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이에 맞서 이씨는 "적법하게 등기된 지하실을 사들인 것"이라며 "설사 소유권이 적법하게 이전된 것이 아니더라도 20년 동안 땅을 소유의 의사를 지닌 채 점유해왔기 때문에 이미 시효취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아파트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하실을 전유부분으로 등기한 것은 무효"라며 "지하실을 점유할 정당한 권리가 없으므로 이를 아파트 주민들에게 인도하고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하지만 2심은 반대로 이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은 "B씨가 거주한 지하실은 시효취득이 제한되는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효취득이 완성됐으므로 이씨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하실을 넘겨야 한다거나 부당이득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아파트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서울 용산구 A아파트 주민 28명이 이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아파트 지하실은 입주자들의 공동사용에 제공되는 경비실, 창고 등의 용도로 설계돼 건축된 공용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지하실은 임의로 개조돼 독립성을 갖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더라도 여전히 공용부분이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비실과 창고 등이 설치된 아파트 지하실은 아파트 주민 공동소유에 해당하고 집합건물 공유부분은 따로 떼어 처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립공간으로 개조해 20년 넘게 사용했더라도 시효취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씨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것 같습니다. 경위야 어찌됐든 이전 소유권자에게 돈을 주고 매매해서 이전 등기도 마치고 25년 넘게 멀쩡히 써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소유가 아니다’는 법원 판결문을 받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 알 듯 모를 듯 한 게 ‘법’인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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