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출국 자유 제한,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법률방송뉴스]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했지만 사업이 망해 세금을 낼 여력이 안 되는 체납자에게 출국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A씨는 2018년 6월 조세 체납을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더 출국 금지 연장처분을 받아 올해 말까지 해외 출국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이에 A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출국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일단 올해 1월 기준 A씨가 내지 못한 세금은 2011년 종합소득세 등 7억 8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게 된 것일 뿐 세금 납부를 회피할 의도가 없다"며 출국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출국 내역과 파산 및 면책 결정, 지출 금액 등을 보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출국금지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A씨 측의 주장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박성규 부장판사는 오늘 "A씨가 지난해 1월 파산선고 결정을 받아 체납 국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어 보인다“며 A씨 손을 들어줘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가 폐업했을 무렵 부동산을 처분하기는 했으나 채무변제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고 매매대금을 은닉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국민의 출국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 금지는 재산 해외 도피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지,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미납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판결은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까지 단순히 심리적 압박이나 은닉 재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만으로 출국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원칙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무조건 원칙만 고수할 게 아니라 정부의 행정 행위는 당사자에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번거롭고 어렵겠지만 시시비비와 옥석을 가려 합리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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