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2015년 1천440개에서 2019년 2천932개... 4년 만에 2배
"플랫폼 수는 한정, 권력 불균형으로 불공정 갑질행위 구조화·고착화"

▲유재광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방송사와 특정 기획사가 야합해 투표순위를 조작한 '프로듀스X 101' 사태, 관련해서 국회에선 오늘(7일) 문화산업 불공정 거래 행위 실태 및 법제도 개선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와 관련 얘기해 보겠습니다. 문화계 갑질, 사실 이거는 구조적인 문제 아닌가요.

▲장한지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연예기획사 숫자만 놓고 보면 2015년엔 1천440개였는데, 해마다 늘어나며 2019년 10월 기준으로 2천932개에 이릅니다. 기획사 수는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는데요.

그런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 그러니까 가수를 예로 들자면 음악 채널 같은 이를 내보낼 수 있는 방송사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여기서부터 갑질의 구조와 토대가 만들어지는 건데요.

오늘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소수의 독점적 유통기업이 다수의 제작업체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면 힘과 정보 등의 불균형에 따른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기 쉽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산업의 제작 및 유통 구조가 복잡해지고 시장 규모도 커짐에 따라 불공정행위들도 다양해지고 있으나 현행법상 실질적인 제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바람직한 논의와 모색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례들을 좀 볼까요.

▲기자= 네,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가 '문화산업 10대 불공정 행위 유형 및 실태'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불공정 행위, 갑질은 힘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입니다.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이 기획사나 제작사를 상대로 가격 후려치기 등 갑질을 행사하면 기획사나 제작사는 하청이나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다시 쥐어짜는 식으로 갑질이 구조화 고착화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크게 5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비현실적 제작비나 지급 지연, 일방적 취소 등 부적절한 대금지급이 대표적인 유형이고요. 저작권, 인접권 침해나 일방적 양도 요구, 모방제작 피해 등 지식재산권 침해도 대표적인 갑질로 꼽혔습니다.

관련해서 오늘 세미나에선 '가격 후려치기' 관련해서 "틀고 있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유통사가 많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듣기만 해도 갑갑하네요. 다른 유형들은 어떤 게 더 있나요.

▲기자= 제작이나 경영 권한 침해, 일방적 계약 변경 등 계약 체결이나 이행 과정의 불공정 행위들도 다수 제시됐고요. 차별적 거래 조건 계약이나 일부러 지나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등 독점·담합에 따른 권한 남용, 그리고 안전사고 미보호 등 열악한 제작환경 등도 불공정 행위 유형으로 꼽혔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는 갑질을 당하는 제작사도 결국엔 손실 보전을 위해 인건비나 노동환경을 더 열악하게 쥐어짜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대안이나 해결책으론 어떤 것들이 제시가 됐나요.

▲기자= 대안은 국민대 박종현 교수가 '문화산업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았는데요.

박 교수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각각의 법에 사재기나 구매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장 문제가 되는 비용 후려치기 관련해선 문화상품의 제작에 실제 소요되는 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가를 정하거나 계약에 명시된 대가를 감액하는 행위 등 금지와 통상적 거래 관행에 비춰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행위 등도 금지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밖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문체부에서 즉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주고 공정위가 문화계 특수성을 반영해 관련 업무를 문체부와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습니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은 "오늘 세미나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역할을 다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영사를 통해 "법률이 제정된다면 정부는 법률의 취지를 하위법령에 잘 반영해 문화산업 내에 존재하는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앵커= 네, 그게 뭐든, 어떤 분야든 갑질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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