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계약 만료에 따른 것... 남녀 차별 아냐"
대법 "남녀고용평등법 법리 오해... 당연 무효"

[법률방송뉴스] 국가정보원에서 남성이 주로 근무하는 계약직 직군의 정년은 57살인데 여성이 주로 근무하는 직군 정년만 43살이라면 이는 부당한 남녀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해 ‘뉴스’가 안 되는 판결 같은데 1.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내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1986년에 국정원에 공채로 입사한 A씨 등 전직 국정원 여성 직원 2명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국정원에서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직렬, 국정원 내부 규정으로 ‘전산사식’ 직군으로 근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1997년 말 IMF 경제 위기가 터지고 국정원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1999년 A씨 등이 소속된 곳 등 6개 직렬이 아예 폐지가 됐습니다.

폐지된 6개 직렬 중 A씨가 소속된 전산사식 등 직렬은 여성들이 근무했고, 원예(園藝) 등 직렬은 남성만 근무했다고 합니다.

국가정보원 '계약직 직원 규정'은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전산사식, 입력 작업, 안내 업무 등에 대해서는 정년을 만 43세로 정하고 있고 반면 남성 계약직들이 근무하는 건축물 유지나 보수, 원예 직군은 정년을 만 57세로 여성 계약직 정년보다 14년 더 보장하고 있습니다.

직렬이 폐지된 A씨 등은 의원면직 됐다가 같은 해 5월 계약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다 만 45세가 된 2010년 퇴직했습니다.

여성 계약직 43세 정년보다 2년 더 근무하고 퇴직한 것은 국정원 연령 규정 부칙에 따라 2년을 더 근무한 뒤 만 45세에 퇴직한 것입니다.

하지만 A씨 등은 지난 2012년 남성 계약직은 만 57세로 하고 있는 국정원 해당 정년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했다며 퇴직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하지만 "만 43세로 여성 계약직 근무상한연령을 정한 국정원 규정이 여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해 양성평등에 반하는 위법한 규정이라 단언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2심 역시 “계약직 공무원으로서 기간 만료에 의해 퇴직된 것”이라며 남녀 차별이라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박상옥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국가정보원 공무원 출신 A씨 등 2명이 "공무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직렬 폐지 당시 A씨 등이 속했던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원예 등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었다"며 "전산사식 근무상한연령은 원예 분야보다 14년이나 낮게 정해져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이렇게 남녀 직군 정년을 다르게 정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국정원의 연령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당연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국정원 내부 규정이 국정원직원법 등 상위 법령에 구체적인 근거를 두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원심 판단에는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국정원 내부 규정으로 남녀의 정원을 달리 정한 합리적인 이유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이 하는 원예 업무는 57살까지 할 수 있는데 여성이 하는 출판 업무는 43살까지 밖에는 할 수 없다는 국정원 규정이 남녀고용평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1.2심 재판부 판결의 근거와 이유가 새삼 궁금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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