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요청 있을 경우 공개해야... 비공개로 하려면 구체적 사유 있어야"

[법률방송뉴스] 수사기관이 개인정보 내역을 조회했을 경우 당사자가 요청하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어도 조회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검찰 수사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모씨라고 하는데요. 박씨는 지난해 9월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찰이 자신의 전과를 비롯한 과거 수사자료를 열람·조회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검찰청 보유 통합사건조회시스템을 이용한 전과사실, 수사대상 경력 등 수사자료를 최근 3년간 누가 언제 어떤 사유로 열람·조회했는지 내역을 알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검찰은 하지만 "박씨 형사사건과 관련해 수사, 공판 등 담당자의 조회 사실은 확인되지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며 공개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공공정보법 제9조는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나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경우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하지만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수사 등 직무에 장애를 줄 정도가 아니다”며 검찰총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수사기관이 전과사실 등을 내부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수사의 일환에 해당한다"며 "이런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될 경우 수사나 감사의 비밀성과 밀행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박형순 부장판사는 하지만 오늘 박씨 손을 들어줘 “원고에게 내린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박씨가 요구한 정보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전산 조회 일자, 조회자 이름, 조회자 소속 등 '조회'에 대한 것이다“며 "구체적인 수사내용과 수사기법을 포함하지 않고 있고, 수사의 방법이나 절차 등이 공개될 우려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와 관련해 비공개대상 정보를 규정한 취지는 수사의 방법과 절차 등이 공개돼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며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하려면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어렵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이 사건 정보는 다름 아닌 박씨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 내역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행사를 위해 공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확인하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과 인력이 요구되는 등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의 오늘 판결은 수사 기밀이나 보안이라는 이유로 각종 조회 정보 공개를 무조건 거부해왔던 검찰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입니다.

잘못한 사람을 수사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도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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