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40명 개정안 발의 "성별은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밖에 없다"

[법률방송뉴스] 자신과 다른 성에 이끌리는 이성애,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 이성 혹은 동성에 모두 끌리는 양성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성적, 감정적 끌림을 ‘성적 지향’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그런데 국회에서 이 ‘성적 지향’ 네 글자를 법안에서 지우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급기야 오늘(1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나서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이 성 소수자, 동성애자 ‘차별 금지’ 문제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국회에서 발의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입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 의원 32명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40명의 의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기존 인권위법에서 규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사유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현행 인권위법 제2조 3호는 '성별·종교·장애·나이·출신지역·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 이유로 "성적 지향의 대표 사유인 동성애가 법률로 보호되면서 동성애에 대해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에 기반한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가 성적 지향 조항과 충돌하면서 법질서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이른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문제 없게 하겠다는 겁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 변호사]

“(현행) 법안 자체가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오히려 그것을 근거로 해서 차별이 아니고 다른 거기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역차별 같이 되어버리는 그런 상황이 있어가지고요. 그래서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대한민국에서는 이 이유로 인해서 사실 뭐 크게 차별을 하거나 이런 사례가 별로 없거든요.”

개정안에는 또 남성, 여성 할 때의 ‘성별’의 정의를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를 말한다'고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생물학적 특성이 아닌 성, 예컨대 수술을 통해 신체적으로 성을 완전히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런 개인의 선택에 의한 성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 개정안에 대해 “우리나라 인권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오늘 발표했습니다.

"인권위법 개정안은 편견에 기초해 특정 사람을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는 게 최 위원장의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성전환자·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인권위 존립 근거와도 반대 된다"면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의 이틀 뒤인 지난 14일 인권위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현재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6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는데, “성 소수자 인권을 탄압하고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조혜인 변호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그게 개개인들이나 어떠한 시민 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인이 이제 그것을 공적으로 발언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가져야 될 기본권을 다른 사람들이 제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금 사회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서요. 우리의 헌법의 정신이나 인권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민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차별하자 주장하는 내용이라서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인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은 "명백한 성 소수자 차별"이라며 개정안 발의에 서명한 같은 당 서삼석, 이개호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거센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서삼석, 이개호 의원은 오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법안에 참여했다”는 해명과 함께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헌법적 기본권을 바탕으로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된다는 의견.

반대쪽에서는 에이즈 등 수많은 폐해가 법적으로 적극 보호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인권위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모양새입니다.

법률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도 안 되겠지만,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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