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백년전쟁 제재 부당"... 대법원 전합, 징계 정당 1·2심 판결 깨고 파기환송
대법관 7:6 의견으로 팽팽하게 갈려... "편향되지 않아" vs "최소한의 균형도 없어"

[법률방송뉴스]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친일파 등으로 비판하며 희화화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제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하고 김지영 감독이 만든 다큐 ‘백년전쟁’은 지난 2013년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되며 진보·보수 세력 간 이른바 ‘역사전쟁’을 촉발했습니다.

방송된 다큐는 ‘두 얼굴의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프레이저 보고서’ 두 편으로, RTV는 2013년 1월에서 3월 사이 두 편을 모두 55차례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다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파에 권력의 화신, 그리고 ‘바람둥이’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친일·공산주의자 출신에 미국에 굴종하고 근대화의 업적을 가로챈 ‘뱀’으로 묘사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낳았고 마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막 취임한 직후여서 더 큰 논란과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2013년 3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백선엽 장군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국가원로 12명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백년전쟁’이 직접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오찬에 참석했던 이인호 아산재단 이사장이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이 많이 퍼져있다. 걱정이다. 이승만·박정희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할 것 같다”며 백년전쟁을 언급한 겁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수첩’에 메모를 하며 “잘 살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백년전쟁이 방송의공정성과 객관성, 명예훼손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고, 방통위는 해당 결정을 처분했습니다.

이에 RTV는 방통위 처분에 불복해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은 모두 “특정 자료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전직 대통령을 폄하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7:6 의견으로 “백년전쟁에 대한 방통위 제제는 부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주류적인 지위의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편향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주심 김선수 대법관 등 대법관 7명의 다수 의견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또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방송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등 6명의 대법관은 방통위의 제재가 적법했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해당 방송은 방대한 자료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선별했고, 사용된 표현도 저속하고 모욕적이다. 방송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갖추지 못했고, 사자 명예존중 의무를 준수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대법원 전합 소수의견입니다.

"다수의견을 따른다면 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역사적 인물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더라도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만 취하면 제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 소수의견 비판입니다.

오늘 판결은 방통위 출범 이후 방송 심의 기준상 객관성·공정성·균형성 등 쟁점에 관해 나온 최초의 대법원 전합 판결로 향후 비슷한 쟁점의 재판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관 7:6의 의견으로 아슬아슬하게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리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만 5건이 제시됐을 정도로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오늘 판결이 좌와 우의 맹목적 역사전쟁이 아닌 역사 해석과 평가에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과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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