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법률용어, 한자어 등 순화... 1958년 제정 후 사회변화 반영 못해

"민법에 나오는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가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법률방송뉴스가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법률방송
"민법에 나오는 '상린자' '표의자' '몽리자'가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법률방송뉴스가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민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민법이 제정 61년 만에 한국사회와 국민생활의 변화를 담아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국회 통과라는 관문만 남았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민법 법조항의 일본식 표현을 개선하고, 어려운 한자어와 고어 등을 현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글로 바꾼 '알기 쉬운 민법 개정안(가족편)'을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친족·상속편 개정안은 민법의 마지막 부분이다. 민법 총칙편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에 제출됐고, 물권편 개정안은 지난 8월9일, 채권편 개정안은 지난 9월27일 각각 국회에 제출됐다.

법무부는 "제출된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58년 제정된 민법은 국민 생활의 기본을 규율하는 법인데도 6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급변한 사회상과 생활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어려운 한자어는 물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법 조문, 일본식 법률용어 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법 개정안은 지난 2015년 제19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무부는 2017년 '알기 쉬운 민법 TF'를 구성해 개정 작업을 재추진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민법에 사용된 일본식 법령 표현과 일본식 한자어, 어려운 한자어 등을 한글로 순화시켰다.

예를 들어 일본식 표현인 '窮迫(궁박)'은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算入(산입)하다'는 '계산에 넣다' 등으로 바꿨다.

어려운 한자어도 한글로 순화했다. '蒙利者(몽리자)'는 이용자, '換金市價(환금시가)'는 '환율' 등으로 개선한 것이 그 예다.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그렇지 않다'로 바꾸는 등 현대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일상적인 생활언어를 반영해 바꿨다.

'得失變更(득실변경)'은 '취득·상실·변경'으로 바꾸는 등 지나치게 축약돼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용어도 개선했다.

법률방송뉴스는 이런 어렵고 잘못된 법률용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 현대 일상어로 바꾸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연중기획 시리즈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를 70여회에 걸쳐 보도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법령을 이해하기 곤란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유는 '전문용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용어가 많다'(44.3%), '어려운 한자'(29.1%), '문장이 길고 복잡하다'(8.6%) 등이었다. 심지어 변호사 등 법률 관련 종사자도 10명 중 6명 정도가 '법령을 이해하기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 '알기 쉬운 민법 TF' 위원장을 맡았던 민법학계 원로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는 “교수와 변호사, 법무부와 법제처 관계자들 모두 현업에 종사하면서 시간을 할애해 희생적으로 일했다”며 “2년여에 걸친 작업이 드디어 마무리돼 한없이 반갑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 교수는 ”민법이 개정되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법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 훨씬 편리할 것“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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