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준비생모임, 경희대 정보공개 청구 거부하자 소송 제기
법원 "로스쿨 지원자와 국민들의 알 권리, 대학 업무 지장 없어"
[법률방송뉴스] 법학전문대학원이 입학생의 출신 대학과 연령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 권민식 대표가 경희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2019년 경희대 로스쿨 입학생들의 출신 대학 현황 및 연령별 현황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청구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시험업무의 공정성에 지장이 초래된다거나 경희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권씨는 올해 경희대 로스쿨 입학생들의 출신 대학과 연령 등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 4월 경희대 로스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앞서 경희대 로스쿨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 '업무의 공정한 수행의 지장 초래 가능성'과, 7호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정보에는 로스쿨 입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이나 점수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출신 대학과 연령별 현황이 공개된다고 해서 시험이나 입학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로스쿨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에 도움이 된다"며 "전국 대다수 로스쿨이 이런 정보를 공개해 왔다는 점에서 경영상·영업상 비밀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로스쿨은 법원의 판단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취지대로 합격자 출신 학교와 나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보 공개가 학교 측의 사무 등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사준모는 전국 25개 로스쿨의 2019년 입학생 출신 대학과 나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올해 초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사준모는 "각 로스쿨이 정성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로스쿨 입시에 사실상 출신 대학, 나이 등이 평가 요소로 반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21개 로스쿨이 2019년 입학생들의 출신 대학을 공개했다. 건국대, 경희대, 인하대, 중앙대 로스쿨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14개 로스쿨은 2019년 입학생들의 나이를 공개했다.
권민식 사준모 대표는 “로스쿨은 학벌주의 철폐와 다양한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로스쿨 입학자의 나이 및 학력에 관한 다년간의 통계에서 보여지듯이 그 취지는 이미 상실된 지 오래”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경희대는 올해 입시에서 지방대 출신을 1명도 선발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준모는 경희대 로스쿨 외에 신입생 출신 대학 및 나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인하대, 중앙대, 건국대에 대해서도 지난 5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의무이행심판을 제기했다. 중앙대와 건국대 로스쿨은 의무이행심판 청구서 송달 후 정보공개 의사를 밝힌 상태다. 권 대표는 "경희대 사건 판결문을 인하대 사건을 심사하고 있는 중앙행심위에 보냈다"며 "앞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로스쿨은 유사 소송에서 패소해 소송비용 및 변호사 보수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준모가 지난 5월 이 자료를 취합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21개 로스쿨의 2019년도 신입생 출신 대학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의 비중이 48.7%에 달했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SKY 출신 신입생 비율이 92.1%에 달했고,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도 SKY출신 비중이 각각 86.4%와 79%였다. 또한 서울지역 로스쿨이 서울 소재 로스쿨 인가대학 출신을 선발한 비율은 93%에 달했다.
학벌 못지않게 나이대도 편중돼 있었다. 입학생 나이를 공개한 14개 로스쿨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신입생 중 31세 이하의 비율은 84.3%였다. 서울 소재 로스쿨 신입생의 경우 98.4%가 31세 이하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