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으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및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외 전·현직 에버랜드 직원 등 10여명이 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삼성은 노조 설립 저지나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방침을 유지했고, 이러한 목표 아래 장기간 수립된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며 "삼성그룹 미전실은 비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사령탑 역할을 하며 계열사 노조 문제를 지휘 감독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에 대해 재판부는 "그룹 노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징계 해고와 에버랜드노조(어용 노조) 설립을 승인하는 등 사실상 범행을 지휘했다"며 "비노조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노조 와해를 위한 계획 실행을 감독하는 등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그룹 전체 노사업무를 총괄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에버랜드 내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근로자를 감시하고, 징계 사유를 억지로 찾아내 내쫓거나 급여를 깎아 경제적으로 압박했다"며 "근로자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적대시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19세기 산업화 과정의 노동자 생활상을 그린 소설 '어려운 시절'을 인용해 삼성 측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귀족)은 '노동자들의 유일하고 즉각적인 목적은 말 6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사슴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19세기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구시대적으로 협소하게만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을 담은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된 후 내려진 첫 형사적 판단이다. 삼성은 이 문건 공개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검찰은 지난해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미전실에 근무하며 노사 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에버랜드의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강 부사장 외에도 에버랜드 관계자 13명이 기소됐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