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 유죄 원심 깨고 무죄 취지 파기환송
"참고인이 검찰 공소사실에 맞추기 위해 진술 변경 가능성 배제 못해"
송인권 부장판사, 정 교수 재판서 대법원 판례 언급 "증거 제출 시 참고"
검찰 "추가 혐의를 수사하던 중 얻은 진술 등은 증거능력에 문제 없어"

[법률방송뉴스] 검찰이 기소 후에 재판에서 증인으로 예정돼 있는 참고인을 불러 받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조서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이 더 주목을 받는 건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부가 해당 대법원 판례를 직접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대법원은 오늘(23일)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수억원을 받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동율(67)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고는 지난 달 28일 대법원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 판결로 이뤄졌습니다.

이동율씨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MB 정부 시절 ‘방통대군’이라 불렸던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에 대한 인허가 청탁비용 명목으로 5억 5천만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이동율씨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경북 포항 동향으로 중·고등학교 후배입니다.

돈을 받은 시기는 2007년 8월에서 2008년 5월 사이 모두 6차례에 걸쳐 받았습니다.

재판에선 이동율씨가 단순한 돈 전달자인지 독자 로비를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1심은 “이동율씨에게 이 돈을 자유롭게 처분할 권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를 단순 전달자로 판단해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항소를 하며 항소이유서에 이정배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이정배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 예정인 항소심 공판기일 하루 전 이 전 대표를 참고인으로 검찰로 불러 이동율씨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이동율씨에 불리한 진술조서를 받아냈습니다.   
 
이정배 전 대표는 검찰 조사 다음날 법정에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진술을 근거로 전체 5억 5천만원 가운데 이동율씨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받은 4억원에 대해선 독자 로비를 위해서 받은 돈으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과 4억원 추징을 선고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법정 증언은 증거법상 증거로 채택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이정배 전 대표의 진술이 유죄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 것입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하지만 전원합의체에서 장기간 심리를 진행 한 뒤 대법원 3부를 통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검찰이 기소 후에 받은 검찰 진술조서는 물론 검찰 진술조서와 같은 취지의 항소심 법정 증언도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이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하기 전 검찰 조사를 받고 진술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에 수사기관 영향을 받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맞추기 위해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검찰 조사 영향과 이런저런 이유로 이 전 대표가 사실과 달리 검찰에 필요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검사가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드는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에 반할 뿐 아니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이 일단 피의자를 기소하고 나면 법정 안에서 피고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다퉈야지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한 판결입니다. 
 
관련해서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사문서 위조 등 혐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 교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대법원 이번 판결을 언급하며 검찰에 “증거 제출 시 참고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송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의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만드는 것”,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판례 주요부분을 직접 읽으며 판결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과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지난 9월 6일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최초 기소한 이후 확보한 진술 조서나 증거들을 무더기로 기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기소한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추가 증거를 수집한 것이 아니다”며 “별도의 추가 혐의를 수사하던 중 얻은 진술 등은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전향적인 판결입니다.

하지만 정경심 교수 재판과 얽히면서 다시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로 비화하는 모양새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공정한 수사를 했는지 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는지, 검찰과 법원 모두 자신의 모습들을 겸허히 한번 돌아봤으면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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