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노조에 가입했다고 해고 안 돼... 근로자에 노조 선택 자유 있어"

[법률방송뉴스] ‘유니언 숍’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노조가 회사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미가입자나 탈퇴자, 제명자 등을 회사가 해고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사측의 노조 가입 방해 등 노조 무력화를 원천 차단해 단결권 등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통상 유니언 숍에서 말하는 노조는 회사 노동자 대부분이 가입한 이른바 '지배적 노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지배적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다른 소수노조에 가입했더라도 유니언 숍 규정을 따라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2016년 3월 제주도의 한 여객운수업체 A사는 당시 제주지역의 유일한 ‘자동차노조’와 유니언 숍 협정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8월 A 운수에 입사한 이모씨 등 버스운전기사 3명이 입사 뒤 기존 노조에 바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그해 12월 설립된 전국운수사업 민주버스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이에 A사는 유니언 숍 협정을 맺지 않은 소수 노조에 가입한 이씨 등 3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씨 등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A사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이씨 등이 유니언 숍 규정에 따른 지배적 노조의 가입 요청에 응하지 않고 다른 노조에 가입했다. 이 경우 유니언 숍 협정에 따라 해고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2심은 하지만 “다른 노조에 가입했다고 해고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새 노조가 상당한 기간 내 설립이 예상되는 경우 근로자가 단순히 지배적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있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3부 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오늘 “2심 판결이 맞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신규 입사 근로자가 노조 선택 자유를 행사해 지배적 노조가 아닌 소수 노조에 가입한 경우에는 유니언 숍 효력이 해당 근로자에 미치지 않는다”고 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근로자의 소수 노조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유니언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협정 효력은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만 미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근로자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조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지배적 노조가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소수 노조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유니언 숍 협정의 효력 범위를 제한한 대법원 첫 판결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향후 유니언 숍 협정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가 억제됨으로써 근로자와 소수 노조 단결권이 보장, 근로자의 고용 보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오늘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꼭 이번 사건 회사를 지칭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애초 단결권 등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니언 숍 제도가 일부 기득권이 된 노조의 기득권 유지나 어용노조를 통한 노조 무력화에 악용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제도든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론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소수자나 약자를 위한 전향적인 법원 판결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