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상대 사상 최대 집단소송... 제약회사 사내변호사에서 '킬러 변호사'로

[법률방송뉴스] 올 한 해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관절염 치료제 성분 변경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오늘(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관련해서 피해자들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의 향방에도 의료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법률방송 송년 인터뷰,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엄태섭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사동 법무법인 오킴스 사무실에서 만난 엄태섭 변호사는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이력을 갖춘 30대 젊은 변호사입니다.

지난 3월 인보사 사태 관련 식약처 발표를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이른바 사건 ‘촉’이 왔다고 합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그 식약처 발표 내용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식약처에서 얘길 하기를 ‘코오롱 측에서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라는 그런 발표를 했는데 식약처는 정부기관이거든요. 정부기관에서 마치 코오롱을 대변하는 듯한 그런 취지의 발표를...”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7년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아서 야심차게 내놓은 인보사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국내외 제약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사실 인보사라는 약이 보통 그 중증도 이상의 골관절염을 앓고 계신 환자분들을 위해서 나온 그런 바이오 의약품인데 이 약품이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각광을 많이 받았어요. 연골이 재생된다는 효과를 굉장히 홍보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하지만 애초 ‘연골유래세포’로 만들었다던 인보사는 종양 유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로 만든 것으로, 올해 초 뒤늦게 드러났고 결국 지난 7월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저희가 직접 환자분들 한 100여분들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어요. 통증은 투약 전보다 투약 후가 더 악화됐다, 그리고 활동성도 투약 전보다 후가 더 안 좋아 졌다는 그런 지표들이 굉장히 대부분이 많았었고 그리고 부작용 측면에 있어서도 어떤 열감이나 붓기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종양이라든가 기타 다른 질병으로 발전된 그런 사례도...”

이 과정에 애초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 바이오 제약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코오롱 측이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2년간 쉬쉬하고 감춰왔다는 논란까지 제기되며 파문이 일파만파 번졌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더 중요한 것은 코오롱 측에서 이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환자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투약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서 환자들이 굉장히 고통 받고 있고 또 효과도 애초에 연골재생이라고 그들이 권고했던 그런 내용은 전혀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에 엄태섭 변호사는 3차에 걸쳐 모두 900명 넘는 피해자들을 규합해 코오롱 측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일단은 금전적인 피해에 있어서는 이 의약품은 1회 투약하는데 약 600~800만원 정도 소요가 되거든요. 그리고 이제 양측에 맞는 경우에는 약 1천600만원 가까이 가는 경우도 있고요. 소송 자체는 저희가 3차에 걸쳐서 처음에 한 200여분, 그리고 두 번째는 한 500여분, 그리고 3차는 약 한 300여분 정도 3차에 걸쳐서...”

첫 변론 기일은 내년 1월 9일, 이제 2주일도 채 안 남았습니다.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출신이니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은 엄태섭 변호사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그 굉장히 많은 숫자에 그 환자분들의 어떤 상태, 몸 상태, 내지는 부작용을 측정하기에는 지금 뭐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굉장히 짧은 기간이라서 사실 단기간 내에 그것을 조사해서 뭔가 그 특별한 부작용을 증명한다 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집단소송과는 별개로 코오롱 측은 약품 허가취소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겠다며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관련해서 식약처가 애초 첫 단추를 잘못 꿰 인보사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당연히 식약처도 책임에서 당연히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일단 식약처는 어떤 의약품이 허가 시판되기 이전에 제일 마지막으로 허가과정에서 검증하는 그런 정부기관이고 그리고 또 국민보건 위해를 최종적으로 감시하는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가 없고...”

엄 변호사는 식약처의 부실하고 허술한 약품 안정성 검증 시스템 자체도 도마에 올렸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만약에 코오롱 측에서 애초에 처음부터 식약처를 적극적으로 기망하기 위해서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면 식약처 입장에서는 아마 세포 변경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왜냐하면 식약처 내에 그런 해당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이라든가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그런 절차가 많이 부족하고 또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에는 더욱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바이오 산업 활성화라는 현 정부의 장밋빛 공약에 취해 업계와 정부 모두 정작 기본 중의 기본인 안전성 검증은 소홀히 하고 뒤로 미뤘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인보사의 경우에는 바이오 의약품 신약 1호였어요. 그 과정에서 정부도 사실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 조금 밀어붙기식, 또 마중물 정책이라고 해서 그런 정책을 좀 무리하게 시행한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이렇게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가...”

이제라도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안전성을 포함한 식품 의약품 검증 시스템 전반을 손보고 강화해야 한다고 엄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특히 이런 먹거리라든가 의약품, 의료기기 이런 것들의 안전성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라고 생각을 하고요. 적어도 이와 같은 의약품이라든가 먹거리 등의 허가절차, 심사절차, 그리고 이런 의약품들을 개발하는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들은 적어도 이런 점들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제약회사 상대 소송 대리인으로, 엄 변호사는 의료소송의 경우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지금보다 훨씬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환자들이 지어야 할, 부담해야 할 입증책임이 좀 완화된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들은 약자에요. 여전히 비전문가이고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의료소송에 있어서는 환자들의 입증책임을 조금 더 경감시켜 줄 필요는 있겠다."

제도 개선 등 어려운 문제들은 다 접어두고 이번 소송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제약사들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게 엄 변호사의 답변입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얼마 안 남았고요. 지금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승소 가능성은 사실 뭐 승소 가능성을 모든 소송이 그렇지만 예측하긴 쉽진 않습니다. 다만 이 소송만큼은 ‘적어도 반드시 이겨야 되는 소송이다’라는 생각을...”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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